머리 붙어 태어난 샴쌍둥이…난생 처음 마주 본 순간

입력 2021-09-07 14:33 수정 2021-09-07 15:34
분리 수술 성공한 샴쌍둥이 자매. CNN 캡처

머리가 붙은 채 태어난 이스라엘의 샴쌍둥이가 12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처음 서로를 마주 보게 됐다.

뉴욕타임스(NYT)와 NBC 등은 지난 1일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 소로카대학병원에서 50명의 의료진이 참여한 가운데 머리가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의 분리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8월 태어난 이 샴쌍둥이는 머리 뒤와 옆 부분이 붙은 채 태어났다. 이들은 머리뼈와 피부가 붙어 있었지만 뇌는 완전히 붙지 않은 상태여서 수술 후 보통사람과 같은 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술을 진행한 소로카병원 소아신경외과 국장인 미키 기디언 박사는 이스라엘 뉴스 사이트 이넷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서 이뤄진 첫 분리 수술이었다며 “희귀하고 복잡한 수술”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처음으로 가족이 아기를 따로 안아볼 수 있게 됐다. (아기) 가족들과 함께 울고 웃는 순간이었다”면서 “쌍둥이들이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리 붙어 태어난 샴쌍둥이 사진. CNN 캡처

이번 수술은 신경외과, 성형외과, 소아 집중 치료, 뇌 영상촬영 등 여러 분야 전문의의 의견을 종합해 이뤄졌다. 샴쌍둥이 분리 경험이 있는 런던과 뉴욕 출신 전문의 2명도 수술에 참여했다.

또 3차원(3D)과 가상현실(VR) 모델을 통해 뼈, 혈관, 뇌막 등을 분리하는 최선의 방법을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했다. 수술 후 분리된 부위를 덮을 수 있도록 피부와 조직 확장제도 투여받고, 인공 뼈도 제작됐다.
머리 붙어 태어난 샴쌍둥이. 연합뉴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아이들은 침대에 마주 보게 누운 상태에서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에서 온 소아신경외과의 노울룰 오와세 질라니 박사는 “수술이 잘 됐다. 아이들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이스라엘팀들이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자선단체 ‘제미니 언트윈드’의 설립자인 질라니 박사는 샴쌍둥이 다섯을 분리한 경험이 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지식을 공유하는 일이 이런 어려운 상황에 처한 모든 아이와 가족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쌍둥이의 아버지는 “아이들은 현재 볼 수 있고, 먹을 수 있다. 손과 발 등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이 아기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면서 “아이들을 한 명씩 안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감동적이다”고 소회를 전했다.

아기들은 수술 후 하루 정도 인공호흡기에 의존했으나 이틀째부터는 스스로 호흡이 가능해졌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의학적으로 크라니오파구스 쌍둥이로 불리는 머리 부분 샴쌍둥이는 매우 드물다. 제미니 언트윈드에 따르면 크라니오파구스 쌍둥이는 매년 약 50쌍이 태어나고, 이 중 생후 30일이 지나도록 생존하는 경우는 15쌍에 불과하다.

원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