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20주기 앞두고 우울한 바이든

입력 2021-09-07 08:30

9·11 테러 20주기를 앞두고 미 의회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실패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시작했다. 공화당은 의회 차원의 청문회와 국정조사까지 추진하려 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그로 인한 경기 회복 둔화, 허리케인 아이다 후속 조치, 텍사스주 낙태법 대응 등 다른 산적한 문제 역시 바이든 대통령을 옥죄고 있다.

아프간 관련 사안은 철군 계획 및 미군 사망자 발생 과정, 아직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국 시민 구조 방법 등 사안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힐은 “의원들이 미군 사망자가 나온 철수 과정에 계속 의문을 품고 있으며, 수주 안에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미 하원 위원회 차원에서 답변 요구 움직임이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힐에 따르면 지난주 한 하원위원회는 바그람 공군기지 철수 결정 과정부터 현재 아프간에 남아 있는 군사 장비 수준까지의 전반적인 보고서를 제출토록 하는 국방정책법안 논의를 진행했다. 정부 답변을 강제하려는 조치를 시작한 것이다.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26명은 지난 2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프간에 머무는 미국인과 특별이민비자 신청자에 대한 정확한 숫자를 알려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더힐은 “또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 10명은 정부가 미국인과 아프간 조력자 구조를 위해 계속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뎁 피셔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군 고위 관계자들에게 아프간 철수와 관련한 정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상원 군사위에 국방장관 청문회를 열도록 촉구했다.

하원 국사위원회는 국방수권법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아프간 문제와 관련한 수정안을 채택했다. 여기에도 미국 시민과 아프간 조력자 구조 방법 등의 보고서 제출 내용이 포함됐다. 비키 하츨러 의원은 국방부과 의회에 바그람 기지를 먼저 철수한 전략적 결정 과정에 대해 브리핑하라고 요구했다. 하원 군사위는 국방부가 아프간에 버려진 장비에 대해 보고할 것을 요구한 단 베이컨 하원의원 요구안도 승인했다.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은 지옥 같은 달을 보낸 뒤 국내 문제에 집중하기를 원하지만, 공화당이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사안들도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CNN은 “델타 변이에 의한 코로나19 확산, 텍사스주의 새로운 낙태법 등이 위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최근 NPR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3%까지 떨어졌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다. 델타 변이 확산 이후 중증 환자가 늘면서 중환자실(ICU)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의사들이 어떤 환자를 ICU에 넣어야 할지를 두고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 보건복지부(HHS)에 따르면 ICU 79.83%가 환자로 찬 상태다. 조지아·텍사스·플로리다·미시시피·네바다·켄터키 등 8개 주(州)에선 성인용 ICU 90%가 채워졌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세는 백신이 없던 1년 전보다 심각하다. 최근 7일간의 하루 평균 확진자는 16만3728명으로 1년 전(3만9355명)보다 4배 이상으로 늘었다.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사망자 수는 최소 68명으로 늘었고, 아직 수십만 명이 정전 상태다. 뉴올리언스 남쪽 멕시코만에는 심각한 기름 유출까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피해 복구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CNN은 “최근 몇 달간의 지속적인 위기가 바이든 대통령을 따라잡고 있다”며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공화당이 견인력을 얻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