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홍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와 중도층, 호남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양강구도 속에서 홍 의원이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홍 의원이 3위에 진입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6일 나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은 13.6%를 기록하며 여야 후보 중 3위를 기록했다. 오차범위 내이지만 홍 의원이 이 기관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1.7%)보다 앞선 것은 처음이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각각 28.0%, 26.4%였다.
보수진영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에서 홍 의원은 26.3%를 기록하며 1위 윤 전 총장(28.2%)을 1.9% 포인트 차이로 턱밑까지 추격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 의원에 대한 20, 30대 지지율이 갑자기 오른 점은 눈에 띄는 변화다. MZ세대가 보수적 이미지가 강한 홍 의원을 지지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의 의원은 “홍 의원이 로스쿨 폐지·사법시험 부활 등의 공약을 내걸었는데, 젊은 세대들은 홍 의원은 ‘한다면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홍 의원은 20, 30대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20대에서는 여야 후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지지율(26.3%)을 기록했다. 30대에서는 19.5%를 기록하며 이 지사(25.0%)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반면 윤 전 총장은 2030세대로부터 각각 15.1%, 16.5%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윤 전 총장이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또다시 위기에 직면한 것도 이번 조사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 의원의 강한 이미지와 ‘사이다 발언’에 2030세대가 반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유권자들은 강하고 센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을 찾는 경향이 있다. 2030세대가 홍 의원을 지지하는 이유”라며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속 시원한 발언을 해온 것도 이들의 지지를 얻는 데 주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홍 의원에 대한 지지가 호남에서 높은 점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에 의한 일시적 거품이라는 주장도 여전하다.
홍 의원은 이날 강원도를 찾아 동해안 북극항로 추진, 러시아 LNG 직수입 등을 약속하며 표심 확보에 힘을 썼다. 앞서 강릉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을 방문한 홍 의원은 자신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 ‘모래시계’의 탄생 일화를 소개했다. 윤 전 총장 관련 질문에 그는 “답변 안 한다. 오늘은 그 답변을 하는 거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