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 거절’ 여군 성추행 혐의 육군 중사 “추행 없었다”

입력 2021-09-06 17:48 수정 2021-09-06 18:12

지난해 육군 성추행 사건으로 해임된 뒤 피해자로부터 고소를 당해 재판에 넘겨진 전 육군 중사가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판사 박민)은 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A씨 측은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하거나 해당 행위를 형법상 추행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변론하며 전체 혐의를 부인했다. 그의 변호인은 “일부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는 아니었다”라고 항변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육군 모 사단에서 부소대장(중사)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여군 B하사의 팔 안쪽 부위를 꼬집고, 옆구리와 허리 등을 만지는 등 4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B하사는 지난해 4월 임관 후 직속 상관이던 A씨의 교제 요청을 거절했다 지속해서 스토킹과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해 8월 피해 사실을 부대에 신고했고, A씨는 한 달여 만인 9월 해임 처분됐다.

신고를 받은 육군은 군 수사기관 조사 없이 징계 조치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에 B하사는 같은 해 11월 민간인 신분이 된 A씨를 다시 고소했고, 수원지검이 수사 후 A씨를 기소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18일 2차 공판을 열어 B 하사와 부대 관계자 2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육군은 A중사 사건을 담당한 군 수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육군 중수단에서의 처리 과정 적절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달 20일 B하사의 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청원인은 해당 글에서 “전입 1주일 만에 동생의 직속 상관은 교제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즉시 업무 보복과 협박을 했다”며 “정중하게 거절한 후 후임으로 노력했지만 가해자는 상사라는 점을 이용한 가스라이팅에 이어 수위 높은 성희롱과 강제 추행을 일삼았다. 또 집요한 스토킹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육군의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사건 조사 과정에서 신고를 막으려는 회유와 합의 종용이 있었다. 적절한 분리 조치 또한 되지 않았다”며 “건강했던 동생은 수차례 자살 시도 끝에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전했다.

B하사 언니의 청원글이 네티즌의 공분을 사며 화제를 모으자 A씨의 여동생이라고 주장한 누리꾼은 ‘오빠의 억울함을 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반박 청원을 올렸다. 그는 청원글에서 “여자 측에서 주장하는 성희롱은 서로 꼬집고, 깨물고, 밀고하는 소위 장난스러운 행위”라고 반박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