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모델’ 꿈꾸는 이재명…호남 넘으면 확실한 승기 예상

입력 2021-09-06 17:25 수정 2021-09-06 17:45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첫 경선지인 충청에서 압승을 거두며 무난하게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총 57.0%를 득표하며 결선 없이 바로 본선에 올랐던 것처럼 이 지사도 결선 없는 본선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른바 ‘문재인 모델’이다. 민심 풍향계로 불리는 충청권에서 예상보다 큰 차이로 이낙연 전 대표를 앞서면서 최종 과반 득표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이 지사는 4~5일 이틀간 진행된 민주당 충청지역 경선에서 합산 득표율 54.72%를 기록하며 여권 1위 주자로서 입지를 재확인했다. 압도적 대세론을 구축하며 결선 투표 없이 대선 후보가 됐던 문 대통령의 대선 경선 재연하는 것을 이 지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첫 경선지 호남에서 60.2%를 득표하며 대세론을 확실시했다. 이어 충청과 영남, 수도권, 강원·제주에서 압승을 거두며 파죽지세로 대선 후보가 됐다. 이 지사 측은 비교적 예측이 어려운 충청권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시작한 만큼 남은 경선 일정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 제주에서 시작해 울산, 호남을 거쳤던 과거 일정과 다른 이번 경선도 이 지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경선지는 이 지사 고향 안동이 있는 대구·경북이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는 대구·경북에서 안정적인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다음 주는 국민·일반 당원까지 포함된 선거인단 64만1000여명의 투표 결과가 처음으로 공개되는 ‘슈퍼위크’다. 이 지사 측은 여기서 충청 수준의 과반 득표를 이어간다면 대세론을 굳힐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정치적 텃밭인 호남권 경선이 추석 연휴가 끝난 25~26일에 이뤄진다는 점도 이 지사에 유리한 부분이다. 호남 지지세를 동력 삼아 추격해야 하는 이들에게 호남 경선이 중반부에 배치된 것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일정인 셈이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6일 “호남에서도 과반을 득표할 경우 본선 직행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달 넘게 남은 경선 과정에서 어떤 돌발변수가 발생할지 장담할 수 없다. 권역별로 4차례 투표가 진행됐던 2017년 경선 때와 달리 이번엔 지역별로 11차례 투표가 이뤄진다.

호남 민심이 어느 후보 쪽으로 기울지 누구도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3번 남은 슈퍼위크에서 매번 30만~60만명 규모가 투표하기 때문에 판세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지사 캠프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후보 본인은 물론 지지자들에게도 신중한 언행을 당부했다고 한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급부상도 변수다. 이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홍 의원이 1위 주자로 오를 경우 반대로 안정감 있는 후보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 있다”며 말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 공개일정을 대부분 취소한 채 온종일 대책 회의에 몰두했다. 이 전 대표는 마라톤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핵심 참모들과 대전환 수준의 전략수정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이 전 대표를 대신해 참석한 행사에서 “캠프가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관계자는 “신복지 등 정책 브랜드를 쉽게 만들고, 검증을 더욱 검증답게 하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가현 오주환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