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전국적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2020년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기업은 29곳으로, 2019년 34곳과 비교해 5곳이 줄었다고 6일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신용평가사 등 기업정보를 토대로 분석한 부산기업 현황 결과, 전국 1000대 기업 안에는 기존 기업 10곳이 탈락한 반면 5곳이 새로 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매출액 1000대 기업 조사를 시행한 2002년 이래 처음으로 30곳 선이 무너졌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08년 55곳과 비교하면 불과 10여 년 만에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해 지역기업의 위상추락 정도가 매우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지역 내 부동의 매출 1위 기업으로 지난해(94위) 유일하게 전국 매출 100대 기업 내에 자리해 온 르노삼성자동차마저 XM3 수출물량 추가 확보 실패와 임단협 갈등 장기화 등의 악재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전국 매출 순위 118위로 밀려났다.
르노삼성의 부진으로 전국 매출 순위 100대 기업 명단에 부산은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지역경제계에 전해질 심리적인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29곳 기업의 총매출액도 27조9280억으로, 2019년 34곳 기업의 총매출액 31조7845억 대비 무려 12.1%나 감소했다. 전국 대도시 중 가장 큰 폭이다. 전국 1000대 기업 전체매출 비중 역시 1.2%에 그쳤으며 이는 서울(1449조 978억)의 1.9%, 인천(56조 1597억)의 50%, 경남(46조 2163억)의 60% 수준으로 대한민국 제2 도시의 위상에 맞지 않는 부산기업의 초라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 대표기업들의 외형이 이처럼 눈에 띄게 줄어든 데는 2019년 대비 업체 수가 준 영향도 있지만 29곳 기업들이 대체로 지난해 코로나19와 경기침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조선, 자동차, 철강, 신발·고무 등 경기 부진 업종이 많았기 때문이다.
2020년 1000대 기업에서 탈락한 기업을 보면 부산롯데호텔을 비롯해 동아지질, 태웅, 화승네트웍스 등 10개 기업이다. 부산롯데호텔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면세 부문 매출이 급감해 2002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00대 기업에서 탈락했다.
신규 진입 기업은 지난해 친환경 이슈로 매출액이 증가한 파나시아(선박용 탈황 장비)와 동성화인텍(선박용 LNG 연료탱크), 태광후지킨(수소탱크용 밸브) 등 제조업 3곳과 분양 실적이 반영된 두동도시개발과 협성르네상스 2곳이다.
부산 매출 순위 10위권 내 지역 대표기업 중 2019년과 비교해 전국 매출 순위가 상승한 기업은 한진중공업(234위→229위), 하이투자증권(373위→234위), 디지비생명보험(355위→345위), 에스엠상선(441위→372위), 현대글로벌서비스(463→392위) 등이다. 하락한 기업은 르노삼성차(94위→118위) 부산은행(155위→161위), 창신아이엔씨(271위→286위), 서원유통(246위→256위), 성우하이텍(310위→331위) 등이다.
◇ 기업 성장세, 수도권 기업 돋보여
전국 매출 1000대 기업의 수도권 편중 현상도 여전했다. 2020년 매출 1000대 기업 중 743곳이 서울과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매출 순위 100위 내 기업도 서울 78곳 등 91곳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는 수도권 일극화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부산상의 기업동향분석센터 관계자는 “지역 기업의 매출 규모와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산업구조 개편과 신성장 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실행계획의 추진이 시급하며 아울러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 올려 줄 수 있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유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