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공장 부지를 조만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정이 이뤄지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윌리엄슨카운티에 있는 테일러시가 삼성전자 미국 공장 후보지로 급부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테일러시에 1187.5에이커(약 480만5600㎡) 규모의 부지에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는 다른 후보지인 오스틴보다 훨신 큰 규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오스틴에 250에이커 크기의 부지를 매입했다. 350에이커 크기인 기존 오스틴 공장과 합쳐도 테일러시 부지가 크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오스틴을 유력한 후보지로 검토해왔으나 올해 초 한파로 오스틴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피해를 입으면서 다른 지역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토지에 대해 처음 10년간 재산세의 92.5%, 이후 10년은 90%, 그 다음 10년은 85%를 보조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테일러시 지역 매체들은 삼성전자가 받게될 세금 혜택 등 인센티브가 15년간 총 3억1400만 달러 규모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투자로 1만8000여개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는 만큼 인센티브를 통해 적극 유치에 나선다는 것이다.
테일러시와 윌리엄슨카운티 그리고 삼성전자 측은 오는 8일 만나서 세금 감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테일러시는 9일 공청회를 개최하고 의견 수렴에 나선다.
테일러시는 기존 공장이 있는 오스틴시와 약 40㎞ 떨어진 곳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가까운 거리에다 두 개의 공장을 운영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시를 최종 낙점하게 되면 내년 1분기부터 공장 착공에 들어가 2024년 말부터 반도체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테일러시의 제안은 반도체 부지 선정 과정에서 밟는 통상적인 절차로, 이미 오스틴시 등 다른 후보지와도 의견을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후보지들의 조건을 모두 비교해보고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후보지로 꼽히는 애리조나, 뉴욕 등은 세부 조건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최종 후보지가 결정되면 이 부회장이 직접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 가석방 당시 정부가 반도체와 백신에 기대를 내비친 상황이기 때문에 직접 사안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단 추석 연휴 기간에는 미국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 반도체 업체들도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받았던 충격에서 벗어나 다시 ‘반도체 굴기’를 노리고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는 대규모 투자 계획과 함께 회장 교체까지 단행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SMIC는 지난 3일 88억7000만 달러(약 10조2600억원)를 투입해 상하이 자유무역구 린강 관리위원회와 합자 회사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12인치 웨이퍼를 월 10만개 생산하는 공장을 새로 지을 예정으로, 주로 28나노 이상 공정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나설 전망이다. 또 SMIC는 6년간 회사를 이끈 저우쯔쉐 회장이 ‘개인 사유’로 사임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 가오융강이 후임 회장을 맡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타격을 입었던 SMIC는 2분기 크게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13억4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2% 증가했다. 순이익은 6억8780만 달러로 398.5% 급증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에다 중국 기업들의 주문이 늘면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