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남성중심적 장례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평등 의식이 높아진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장례 절차에 있어서만큼은 여전히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절차와 의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성평등활동지원센터가 지난 5월부터 6월 말까지 진행한 ‘이제는 바꿔야 할 의례문화-시민에세이 공모전’의 분야별 수상자 21명을 최종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 공모전에는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결혼식·장례식 불편 사례가 다수 접수됐다. 수상작 3편 중 2편이 남성 중심의 장례식 관습으로 상주 선정에 혼란을 겪었던 문제가 꼽혔다.
시민들은 사연을 통해 여성이라는 이유로 역할이 한정되고 차별받았던 현행 장례 문화를 지적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여성 김모(40)씨는 공모전에 보낸 사연에서 “장례담당자에게 딸만 넷이라 큰 언니가 상주하겠다고 했더니 사위를 보내라고, 아니면 남자 조카라도 계시면 그분이 서는 게 모양이 좋다”는 요구를 받았다고 전했다.
다른 사연에서는 할머니의 장례식 때 맏손녀로 영정 사진을 들고 싶었지만 남동생에게 역할을 넘길 수밖에 없었던 일화가 공개됐다.
상주를 정하는 데 명확한 규칙은 없다. 그간 장녀 대신 남동생이나 사위가 완장을 찼던 이유는 ‘상주는 무조건 남성이 해야 한다’는 부계혈통의 전통 장례문화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반복돼온 장례관습의 경향성을 해체하고 양성 평등적 문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인 가구, 비혼 동거, 딸만 있는 가족 등 가족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이에 맞게 장례 문화도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상에 깊숙이 남아 있는 가부장적 가족 문화가 상업화된 장례 시스템과 구시대적인 내용의 법제 아래 장례에서 소환, 재연되는 것”이라며 “시대에 맞지 않는 가부장적이고 성 불평등한 장례문화는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송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발간된 ‘한국 장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및 성평등한 장례문화 모색’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한 뒤 “장례지도사 등 장례인력 양성과정에 다양한 가족에 대한 이해도와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커리큘럼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서울시는 의례의 본질적 의미를 살리면서도 바뀐 의식과 다양한 가족 현실을 반영한 장례문화 확산을 위해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시대가 변하고 가족 구성원이 다양해지면서 이에 맞는 결혼식, 장례식 문화가 퍼져야 한다”며 “의례의 본질적 의미를 살리면서도 모두가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결혼식, 장례식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