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선 니캅, 탈출하려니 조혼 강요…여성 억압 현실화

입력 2021-09-06 10:41 수정 2021-09-06 12:47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피란민들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 수속 센터로 가는 버스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탈레반을 피해 카불을 탈출한 일부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이 탈출의 대가로 조혼을 강요받았다고 증언해 미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아랍에미리트 내 난민 시설에 수용된 일부 아프간 소녀들이 미국 정부 관계자에게 “가족들이 대피 조건으로 카불 공항 밖에서 우리를 강제 결혼시켰다”고 증언했다고 미국 CBS 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8000명 이상의 아프간 난민이 묵고 있는 미국 위스콘신주 포트 맥코이 군사기지 내 시설에서도 조혼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AP통신은 “자신에게 두 명 이상의 아내가 있으며, 동행하는 미성년 여아와 결혼했다”고 주장하는 아프간 성인 남성의 사례를 시설 직원들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미 국무부는 당국이 이 사안을 엄중히 바라보고 있으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트 맥코이의 대변인도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이를 심각히 여겨 조사 중”이라며 “아프간 난민들의 안전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대학생들은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덮는 얼굴 가리개)을 써야만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3일(현지시간) 여성들이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날 서부 헤라트 이어 이날 카불에서 이틀 연속 여성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연합뉴스.

AFP통신은 탈레반이 여대생의 복장과 수업 방식 등을 규제하는 교육 규정을 발표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탈레반 교육 당국은 아프간 사립대학에 다니는 여성들은 아바야를 입고 니캅을 쓰도록 명령했다. 아바야는 얼굴·발·손을 제외한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교 전통 의상이다.

탈레반은 수업도 성별로 나눠 진행하도록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커튼을 쳐 남학생과 여학생을 구분하도록 했다. 또 여학생들은 여성 교원에게서만 수업을 받을 수 있고 여성 교원 확보가 어려울 때는 교원 경력이 있는 노인 남성이 교단에 선다.

이외에도 여학생들은 수업 후 남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기 전까지 교실에 머물러야 하고 남학생과 다른 출입구를 이용하도록 명령했다.

이 법령은 탈레반의 아프간 첫 통치가 끝난 2001년 이후 급증한 사립대학들에 적용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교수는 AFP통신에 “탈레반이 발표한 내용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계획이지만 여성들이 학교나 대학에 가도록 허용한 점은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김미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