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보는데 임신 8개월 여경 구타·살해한 탈레반

입력 2021-09-06 07:45 수정 2021-09-06 09:47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경찰관 바누 누가르의 친척들은 탈레반 대원들에 의해 구타당하고 총으로 쏴 살해된 그녀가 임신 8개월의 몸이었다고 증언했다. BBC 홈페이지 캡처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임신 8개월 여경을 가족 앞에서 잔인하게 폭행하고 총격 살해했다는 증언이 나와 국제사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탈레반 측은 소속 병사가 벌인 일이 아니라고 발뺌했다.

BBC는 현지시각으로 5일 목격자들 말을 인용해 탈레반 무장대원 3명이 고르주 주도 피로즈코의 한 가정에 침입해 가족이 보는 앞에서 한 여경을 구타한 뒤 총으로 쏴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이 여경은 지역 교도소에서 근무했으며 임신 8개월이었다고 한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숨진 여성의 이름은 바누 누가르다. 친척들은 무장한 남성 셋이 전날 집에 들어와 수색한 뒤 가족을 묶고 남편과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이 여경을 폭행하고 사살했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이 남성들이 아랍어로 말하는 걸 들었다고 했다.

친척들은 BBC에 얼굴이 심하게 훼손된 여경의 시신 사진과 방 한쪽에 혈흔이 튄 사진을 제공했다. 탈레반은 관련성을 부인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우리는 이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탈레반이 한 것이 아님을 확인했고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이미 과거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사면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개인적인 원한’에 따른 범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BBC는 “세 목격자 모두 탈레반의 소행이라고 지목했다. 이번 사건은 아프간에서 여성 탄압이 늘고 있다는 보고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5일 카불을 함락하며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과거 여성을 심하게 탄압했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유연하고 관용적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국제사회로부터 정상 국가로 인정받고 여러 경제적 지원을 얻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4일 카불 시내에서 열린 여성들의 시위를 폭력 진압해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인권단체들은 보복 살인이나 소수 종교 분파에 대한 구금·처형이 빈발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