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초기 죽어간 환자들의 얼굴, 의료기기 경보로 인한 패닉, 타오르는 분노….’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한 의료센터 중환자실 간호사 크리스 프롯은 “악몽으로 땀에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깬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 같은 증상은 한 달 넘게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환자를 돌봤던 경험을 이야기할 땐 심장이 두근거리고, 입이 바짝 마른다. 증상은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동안 계속됐다. 프롯이 겪고 있는 일은 퇴역 군인들에게 나타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증상과 같은 형태다.
로이터통신은 “급증하는 델타 변이가 미국과 여러 국가의 의료종사자들에게 새로운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코로나19 환자 급증은 의료종사자에게 PTSD 위험을 초래한다”고 5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미시시피주 보건 책임자인 토마스 도브스 박사는 “지난주 4명의 임산부가 사망했다. 3건 사례는 긴급 제왕절개가 필요했고, 아이들은 심한 조산이었다”며 “임산부 중 누구도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받지 않았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지역 내 유일한 1급 외상센터인 미시시피 메디컬센터 대학의 경우 코로나19 환자 때문에 응급실과 중환자실 모두 수용 인원을 초과해 복도에까지 침상을 놓았다고 한다.
도브스 박사는 “나와 동료들이 느끼는 피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매일 출근하는 것이 힘들고 가슴 아픈 일”이라고 토로했다.
AP통신은 “미시시피주는 38%만이 백신접종을 완료해 입원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의료진들은 폭증하는 업무량과 주민들의 백신 수용 거부에 분노하고 지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코로나19 전망은 밝지 않다. 최근 7일간 하루 평균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2주 전보다 12% 증가한 10만2285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사망자는 53% 늘어난 1544명까지 늘었다. 모두 지난겨울 대확산 때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특히 미시시피주처럼 코로나19 핫스폿으로 지목된 주에서는 입원 환자가 기존 최대치를 넘어섰다.
미 보건복지부(HHS) 데이터에 따르면 조지아주는 최근 일주일 기준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입원환자가 지난 4일 6418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다. 조지아주 올버니에 있는 피비 퍼트니 메모리얼병원 응급실 책임자 제임스 블랙 박사는 “중환자실을 두 배 늘렸어도 환자가 넘쳐나고 있다. 응급실은 물론 병원 전체가 만석”이라며 “환자가 퇴원할 때마다 그 침대에서 또 다른 환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데이터에 따르면 조지아는 인구의 42.1%가 예방접종을 완료했다. 전국 평균(53%)보다 10% 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데이트 카운티 공립학교에선 코로나19에 감염된 교직원 15명이 최근 10일 사이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학교는 지난달 23일 수업을 재개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의료 시스템 마비 우려가 제기됐고, 의료진들은 탈진을 호소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샌와킨밸리 지역 중환자실 가용 병상이 3일 연속 1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서지 프로토콜’을 발령했다. 다른 병원에서 오는 긴급 환자를 받으라는 명령을 모든 병원에 내린 것이다.
CNN은 “델타 변이가 전국을 휩쓸면서 의료 종사자들은 상황이 지난해 위기 때로 돌아가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백악관은 “FDA와 CDC 권고가 나오면 오는 20일부터 예정대로 백신 부스터샷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스터샷은 화이자 백신만 우선 승인받을 전망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화이자는 관련 데이터가 있고, 시한을 맞출 것 같다. 모더나까지 동시에 하고 싶지만 안 되면 순차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