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살인’ 강윤성이 10년 전 쓴 기막힌 책

입력 2021-09-06 02:00 수정 2021-09-06 02:00
강윤성(오른쪽)이 2010년 펴낸 자전적 에세이. 교도소에서 한 작가에게 손편지를 보내 출판이 성사됐는데, 강윤성은 이 책에서 자신을 자기반성을 철저히 하며, 가족을 사랑하는 이로 묘사했다. 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전자발찌(위치추적전자장치)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10여년 전 수감 당시 자기반성을 철저히 하며 가족애가 강한 모범적 전과자로 자신을 묘사하는 자전적 에세이를 쓴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5일 채널A 보도 등을 종합해 보면, 강윤성은 성범죄 등으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고 청송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던 지난 2009년 자기계발서 작가 김모씨에게 책을 낼 수 있게 도와달라고 편지를 보냈고, 자신의 사연을 안타깝게 포장한 감언이설로 출판이 성사시켰다.

편지에서 강윤성은 자신이 범죄를 깊이 뉘우치며, 식당 일을 하는 아내가 자녀들이 여관방을 전전하며 어렵게 산다는 등으로 작가를 설득했다. 이후 수개월 강윤성은 작가에게 편지로 원고를 보냈고, 작가는 이를 엮어 2010년 5월에 책을 펴냈다.

강윤성이 2009년 복역 당시 작가 김씨에게 보낸 손편지. 채널A 화면 캡처

강우영’이라는 필명으로 책에 등장하는 강윤성은 ‘인생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낸 한국의 빠삐용’으로 묘사됐다. 전과 14범 상태에서 최근 붙잡힌 그는 책에서는 전과 9범으로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일 오후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통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피의자 56세 강윤성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영장실질심사 출석 후 나오는 강윤성. 연합뉴스

그는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자주 드러냈다. “가족이라는 말만 떠올려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가족의 모든 고통이 나에게서 비롯됐다는 생각에 죽고만 싶다” 등의 내용이 책에 나온다고 채널A는 전했다. 그는 첫 인세 200만원을 아내라는 여성에게 입금해 달라고 작가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그 여성은 아내가 아니었다. “나를 닮아 머리가 좋다”며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책에 언급한 아들 역시 거짓으로 드러나는 등 문제점을 뒤늦게 깨닫고 작가는 강윤성과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

채널A는 “당시 출판사가 강윤성의 책 2000부를 인쇄했으나, 거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500부정도만 남기고 파본했고, 출간 1년 후 계약도 종료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통해 공개된 강윤성의 얼굴. 서울경찰청 제공

강윤성은 지난달 26일 오후 9시 30분쯤 집에서 40대 여성을 살해한 후 이튿날인 27일 오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뒤 같은 달 29일 오전 3시쯤 50대 여성을 차량에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