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압승 이재명…호남 ‘전략적 지지’ 업고 본선 직행할까

입력 2021-09-05 19:44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경선 첫 승부처였던 중원 싸움에서 압승하며 본선을 향한 레이스 초반을 앞서나갔다. 충청 민주당 권리당원 과반 지지는 당내 비주류라는 역학구도상 ‘당심 투표’에선 다소 불리할 수 있으리란 이재명캠프의 예상을 상회하는 결과였다. 이 지사의 초반 기세가 민주당 경선 분수령이 될 1차 슈퍼위크와 호남 순회경선까지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약 55만표 확보가 결선 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할 커트라인으로 보는 분위기다.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 충청권 지역 순회경선에서 이 지사가 확보한 권리당원·대의원 표는 2만1047표다. 2차까지 모집된 전체 선거인단 수가 185만9266명인 점을 감안하면 극히 일부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이 득표수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우선 이 지사 스스로 ‘비주류’라 자처할 만큼 취약했던 당내 입지를 극복했다는 점이다. 민주당 권리당원 주류는 친문(친문재인계) 세력이다. 이 지사는 2017년 민주당 대선경선 때 문재인 당시 후보에 맹렬한 공세를 퍼부었던 탓에 친문세력의 강한 비토를 받아왔다.

이번 대선을 준비하며 친문 좌장인 이해찬계 의원들을 다수 포섭하며 당심 확보에 공을 들였지만, 이재명캠프 내에서도 그 결과를 장담하지는 못하는 분위기였다. 캠프 전략본부에서 충청권 전체 지지율을 55%로 잡으면서도 권리당원 지지율은 약 45%로 10% 포인트 낮게 잡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충청 권리당원 과반 지지는 이런 불안요소가 이번 경선운동 과정을 거치면서 일부 해소됐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대전·충남 개표 직후 “우세한 정도가 아닐까 했는데 제 생각보다 많은 지지를 받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국을 순회하며 각 지역의 투표결과를 차례로 공개하는 경선의 특성도 이 지사에게 유리한 지점이다. 각 지역 권리당원·대의원 선거인단은 경선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투표하게 되는데, 앞선 지역의 투표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이른바 ‘전략적 지지’라는 변수가 개입하게 된다. 그간 민주당 경선에서 전략적 지지는 ‘될 사람을 밀어준다’는 경향성을 띄어왔다.

이 경향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지역이 민주당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이다. 호남의 권리당원·대의원 선거인단은 20만여명에 달한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다. 충청권 지지를 확보한 이 지사가 영남·강원권의 지지까지 거머쥐게 되면 가장 중요한 승부처인 호남의 표심도 이 지사에게 쏠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재명캠프 관계자는 “아직까지 호남에서는 전략적 지지를 위해 특정후보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 지사 강세가 예상되는 1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64만1922명·9월12일 개표) 투표결과가 더해지면 ‘이재명 대세론’이 추석을 전후해 일찌감치 형성될 수도 있다.

민주당 안팎에선 경선에서 1·2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은 극히 낮게 보고 있다. 오히려 관심은 이 지사가 전체 선거인단 투표 과반을 차지해 결선없이 본선에 직행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진행 중인 3차 선거인단 모집 속도가 지금의 수준을 유지한다면 전체 선거인단 규모는 약 220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표율을 충청권 경선을 고려해 약 50%로 잡으면 110만명이 실제 투표에 참여하게 된다. 55만표가 이 지사의 본선직행 여부를 가늠할 커트라인이 되는 셈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