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당도 못 받았대’…질병관리청 1년째 ‘정원 미달’

입력 2021-09-05 18:04
감염병연구소 등 소속기관도 정원 미달 지속


코로나19의 맹위가 그칠 줄 모르는 상황이지만 코로나19 대응의 중심 기관인 질병관리청은 개청 1년 가까이 ‘정원 미달’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특성상 보건 의료 등 전문 인력 수요가 높지만, 처우나 열악한 근무 여건 등으로 정부의 구인 노력에도 인력 보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2020년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질병청의 재직 인원은 383명으로 전체 정원 438명 대비 55명(12.6%) 부족하다. 오는 12일이면 질병관리본부(질본)에서 청으로 승격 1년을 맞지만, 감염병 대응 인력 선발에서부터 애를 먹는 셈이다. 승격 직전까지만 해도 질본의 재직 인원은 264명으로 정원(259명)을 초과했다. 하지만 정작 질병청 개청 후 정원은 179명 증가한 반면 인력 충원은 그에 못 미치다 보니 정원 미달이 된 것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개청 이후 인원 충원 노력은 지속해서 해왔지만, 아무래도 보건의료 영역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자리가 많다 보니 단기간에 채용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립감염병연구소와 권역별 질병대응센터 등 질병청 소속기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기준 질병대응센터의 재직 인원은 119명으로 전체 정원 155명의 76.8% 수준에 그쳤다. 국립감염병연구소 역시 100명 정원에 85명만 재직 중이다. 개청 직전 질병대응센터 재직 인원은 정원의 48.4%, 감염병연구소는 43%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정원 미달 상태다.

질본의 질병청 승격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부터 감염병 대응체계 강화 차원에서 거론됐던 사안이다. 코로나19 대응뿐 아니라 앞으로 주기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신종 감염병 등에 대한 대응 능력까지 갖춘 국가적 시스템을 갖추자는 취지다.

그러나 청 승격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정원은 파격적으로 늘었지만, 전문성 있는 인력의 보강이 충분히 이뤄지지는 않았을 뿐 아니라 관료주의 문화에 따른 폐해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병 전문가는 “질병청 승격 이후 법률 관련 업무 등 기존 보건복지부가 맡았던 행정 업무가 질병청으로 이관되면서 행정 업무가 늘었고, 우선 급한 대로 다른 부처 행정직 공무원 파견 등으로 증원을 하다 보니 오히려 질본 때보다 행정조직 관료화가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처우나 지방 근무 등의 여건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청 본부는 충북 청주 오송에 있고 여러 지방에 걸쳐 권역별 검역소나 질병대응센터 등 소속기관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질병청 직원들이 초과근무를 하고도 예산 부족 때문에 수당조차 못 받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에 돈도 못 받는데 뭐 하러 지방까지 가서 고생하느냐는 인식이 만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