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걸·유역비도 퇴출 위기…“中 연예계 정풍운동 타깃은 외국 국적자”

입력 2021-09-05 17:44 수정 2021-09-05 17:45
디즈니 영화 ‘뮬란’ 등에 출연한 중화권 배우 류이페이(劉亦菲·유역비). 바이두 홈페이지

중국 당국이 벌이고 있는 연예계 정풍운동이 외국 국적을 가진 중화권 스타들을 겨누고 있다고 대만 언론이 5일 보도했다. 영화 ‘황비홍’의 리롄제(李連杰·이연걸), ‘뮬란’의 류이페이(劉亦菲·유역비) 등이 퇴출 대상으로 거론된다.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식 정풍운동의 다음 타깃은 외국 국적 연예인이라는 소문이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자유시보는 리롄제, 류이페이 외에도 홍콩의 셰팅펑(謝霆鋒·사정봉), 대만의 왕리훙(王力宏) 등 총 9명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류이페이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때 SNS에 홍콩 경찰을 지지하는 글을 올려 친중파로 분류됐는데, 퇴출 대상에 들어가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들은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싱가포르 국적을 갖고 있다. 다만 자유시보는 이러한 소문의 사실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 SNS인 웨이보는 대만 출신으로 한국 그룹 트와이스에서 활동 중인 쯔위의 팬클럽 측에도 명칭을 변경하라고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풍운동은 중국 공산당이 잘못된 풍조를 바로잡고 당내 투쟁을 효과적으로 전개한다는 명분하에 펼친 정치 활동이다. 1940년대 옌안 지역에서 시작돼 60년대에는 문예 정풍운동으로 번졌고 이후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졌다.

당원 쇄신 활동 같은 움직임이 시진핑 국가주석 시대 중국에서 다시 벌어지고 있다. 중국 방송 규제 기구인 국가광전총국은 지난 2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출연을 금지하고 고액 출연료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새로운 통지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방송국 블랙리스트를 만들 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는지뿐만 아니라 정치적 소양, 사회적 평가 등이 반영된다. 정치적 입장이 불분명한 사람은 방송에 출연하지 못한다. 문제 있는 연예인을 골라내는 수준이 아니라 공산당이 대중문화를 통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방송업계 종사자에 대해서도 ‘마르크스주의 언론관과 문예관 교육을 심화·전개한다’고 규정했다.

중국 당국은 연예인 팬덤 문화에도 칼을 빼든 상태다. 광전총국은 팬 투표를 행사장 안으로 제한해 온라인상에서 특정 스타에게 몰표 주는 행위를 못하게 했다. 아이돌 양성 프로그램과 스타의 자녀가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방송도 금지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