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지원자 현황 보니… “10년 이상 경력자 8%뿐”

입력 2021-09-05 17:44


지난해 판사 지원자 중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법조인 비율은 8%에 그쳤고, 이중 실제 임용된 판사 숫자도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판사에 지원하기 위한 최소 법조 경력을 5년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부결된 이후 “10년 이상 경력자 중 판사 희망자가 없는 게 아니다”는 주장이 거세지자 법원행정처가 이례적으로 지원자 현황까지 공개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부결된 이후 국회에 법관 임용 지원자 현황을 제출했다. 판사로 임용된 이들이 아닌 지원자 통계가 외부에 알려진 건 처음이다. 자료 공개가 이뤄진 배경에는 법원이 개정안 통과를 위해 고연차 법조인의 법관 지원 현황을 왜곡한다는 주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 통과 반대 의견을 내면서 “판사 희망자가 없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판사에 지원한 524명 가운데 10년 이상 경력 법조인은 43명(8.2%) 뿐이었다. 2018년과 2019년에도 법조 경력 10년 이상인 지원자 비율은 각각 11.7%, 8.7%에 그쳤다. 이들 중 실제로 합격해 판사가 된 이들도 적었다. 지난해 지원한 10년차 이상 법조인 43명 중 판사로 임용된 이들은 5명 뿐이었다. 법조일원화가 시작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판사로 임용된 10년 이상 경력자는 19명에 불과했다.

법원에서 최소 법조 경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건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결과였다. 고연차 법조인의 판사 지원이 적은 상황에서 경력 기준을 높이면 법관 부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 초 사법정책연구원이 2026년부터 10년 이상 경력자만 법관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정해둔 현 제도를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원행정처도 개정안이 발의된 후 시민단체에서 반대 의견을 내면 이를 반박하는 자료를 배포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럼에도 국회에서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내년부터는 경력 7년 이상의 법조인만 판사 지원이 가능해졌다. 법원행정처는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내년에는 퇴직하는 판사가 신규 인원보다 많아져 전체 판사 수가 줄어드는 등 법관 부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반면 군 성범죄 사건 등의 수사와 재판을 민간으로 옮기도록 법을 바꾸면서 판사 수요는 더 늘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법관이 15명 정도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행정처는 우선 계획했던 대로 법조일원화제도 분과위원회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장기 법조경력 법관 임용을 확대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찾겠다는 취지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오는 8일 열릴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분과위를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