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지지층의 대선 경선 여론조사 참여를 막는 이른바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문제로 촉발된 국민의힘 경선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역선택 방지 조항을 반대해온 대선 주자들은 1차 컷오프를 열흘 앞두고 5일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에 불참하며 당 지도부를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경선 룰 전쟁 한복판에 섰던 정홍원 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사의를 표했다가 이준석 대표의 만류로 번복했다.
이준석 대표는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선 후보 공정경선 서약식에 참석해 “우리 경선 서막을 알리는 공정선거 서약 자리에 빠진 자리들이 있는 것 같아 당 대표로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전날 밤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서약식에 불참한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안상수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이 대표는 “당 선거관리에 전권을 부여받은 선관위 운영에 다소간의 불만이 있다고 해서 당 공식행사에 불참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매우 우려스럽고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특히 “정 위원장은 지도부의 무한한 신임과 지지를 받고 있다. 다소 이견이 있더라도 성숙한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도 “선관위가 사심 없이 정한 룰에 협력해야지 따르지 않겠다는 태도는 가장 바람직 못한 태도”라며 “일방적으로 누구를 유리하게 한다는 선입견을 전혀 갖지 말고 저희를 이해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위원장이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편을 들고 있다’는 일부 대선 주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정 위원장은 역선택 방지 조항 관련 논의 내용도 간략하게 보고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는 방안’ ‘한 여론조사에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고 다른 여론조사에는 넣지 않은 뒤 이를 합산하는 방안’ 등으로 정리됐다는 게 정 위원장 설명이다.
서약식이 열리기 20여분 전에는 정 위원장의 사퇴설이 돌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관련 질문에 “제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아마(그런 보도가 나간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정 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사의를 표했으나 이 대표의 만류로 위원장직을 계속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도 “정 위원장이 사임을 심각하게 고민한 건 맞다”며 “제가 만류했고 정 위원장도 지도부의 신뢰가 굳건한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만류로 ‘선관위원장 중도 사퇴’라는 파국은 막았지만 경선 룰을 둘러싼 내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약식에 불참한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제 윤석열 후보 한 사람만 남았다는데 그래도 미련이 남아 역선택 운운하는 것은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룰 개정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대세를 거스르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다. 대세를 거스르는 어떤 변형된 결정도 수용 할 수 없다”고 적었다.
손재호 강보현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