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한반도 안보지형…“수권법 등 궁극적으론 中 견제책”

입력 2021-09-05 17:19 수정 2021-09-05 17:40

미국의 대중 견제정책이 최근 한반도 안보지형에도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우리 정부와의 동맹 강화 조치들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런 기조가 궁극적으로는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안도할 게 아니라 우리의 안보전략에 적잖게 가중될 수 있는 부담 요인을 유의 깊게 들여다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건 지난 2일(현지시간) 미 하원 군사위원회를 통과한 미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이다. 주한미군을 대폭 줄이겠다며 으름장을 놓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담겼던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이번 국방수권법에서 빠졌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갑작스런 주한미군 감축은 없을 것이란 게 삭제 배경이다. 미국도 이런 의도를 우리 정부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가 진행 중이라는 측면에서 마냥 안도할 내용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5일 “핵심은 주한미군의 숫자가 아니라 능력”이라며 “주한미군을 북한 위협에만 대비토록 하는 게 아니라 중국 견제까지 다목적으로 쓰겠다는 의도라면 굳이 숫자로 막을 필요가 없어 (조항이) 빠진 것”이라고 봤다. 주한미군의 목적을 북한 억지에서 중국 견제로 확대 조정하고, 이 과정에서 유연성 있게 규모를 조정할 여지를 두는 조치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도 “미군 운용이 붙박이 개념에서 전력 투사 개념으로 바뀌고 있고, 해당 조항이 구시대적이라 생각해 없앤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우리로선 동북아 안정이라는 큰 틀 안에서 (중국 견제에) 일정 부분 기여해야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핵 위협이 여전한 만큼 당장의 전력 변화까진 아니더라도 안보에서 공동의 이익을 가진 동맹의 역할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미 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지난 8월 1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서 고공정찰기 U-2S가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밀정보 공유동맹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을 포함시키는 내용을 검토하는 방안이 국방수권법에 담긴 것도 유사한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의 정보력 강화에선 호재이지만 기밀정보를 공유하는 만큼 중국 견제에 역할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의 반중 협의체인 쿼드를 비공식협의체로 남겨두고 새로운 협의체로 파이브 아이즈를 띄웠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나라와 함께 확대 대상에 포함된 일본 인도는 쿼드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파이브 아이즈에 포함되는 문제와 관련해 “입법이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해 논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방침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반도 이외 지역의 임무 수행 경비로도 사용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이유에서다. 42년 만에 종료된 한·미 미사일지침 또한 우리 정부 미사일 개발에 탄력을 불어넣은 ‘자주국방’과 미국의 ‘대중견제’가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조 바이든 대통령 내외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안보를 연결고리로 한 미국의 대중견제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담긴 중국 통신기술 관련 조항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미국이 중국 통신기술을 사용하는 국가에 군사장비 제공이나 병력 파견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일부 기업이 화웨이를 쓰는 우리 입장에선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에도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주한미군 병력이 다른 지역으로 갔을 때 생기는 국내 안보 공백을 메울 방안, 우리 군이 참여하는 역외지역 훈련이 늘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방안 등을 사전에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