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에서까지 냉장 유효기간이 지난 코로나19 백신을 투약하는 오접종 사고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지만 질병관리청의 판단에 따라 재접종을 해야 할 수도 있다.
5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고대 구로병원은 지난달 26~27일 냉장 유효기간이 임박했거나 지난 화이자 백신을 147명에게 접종했다. 병원은 지난 3일에야 뒤늦게 오접종 사실을 인지하고 관할 보건소에 보고했다. 경기도 평택 성모병원에서도 유효기간이 지난 1일까지였던 화이자 백신을 이달 2∼3일 총 104명에게 접종했고, 인천 계양구의 한 병원에서도 지난달 19일까지 유효기간이었던 화이자 백신을 지난달 20일과 25~26일 21명에게 접종했다.
병원 측의 관리 부실이 오접종 원인으로 드러났다. 백신 입고 순서에 따라 ‘선입선출’을 제대로 하지 않고 유효기한이 남은 백신을 먼저 공급하면서 기한이 임박하거나 지난 백신이 뒤늦게 접종된 것이다. 접종 직전 유효기간을 확인하지 않은 점도 오접종 원인으로 꼽혔다.
고대 구로병원의 경우 화이자 백신 바이알(병)에는 별도로 접종기한 등의 표기가 없고, 공급 시 상자에만 표기가 있다 보니 의료진이 유효기한이 지났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구로구 관계자는 “작은 병원의 경우 소수의 의료진이 백신을 관리하기 때문에 재고 관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한데, 대형병원은 담당 부서가 나누어져 있어 한쪽의 실수가 큰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오접종에 따른 이상반응은 접수되지 않았다. 고대 구로병원의 경우 지난 4일 기준 4명이 이상반응을 호소했지만 미열이나 두통 등 백신 접종 이후 나타나는 통상적인 증상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은 질병관리청 전문가 심의위원회에서 백신 안전성과 효과성 등을 고려해 오접종자들의 추가 접종 필요성을 판단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사후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방역당국은 불신과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오접종자들에 대한 항체검사를 실시하고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