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체가 모두 추석 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 짓는 데 성공했지만 올해 하반기 실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장기화로 생산 활동이 순조롭지 않은 데다 판매 실적마저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서다. 반도체 부족에 비교적 선방했던 현대자동차·기아마저도 지난달 해외 판매가 감소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GM)은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의 가동률을 이달부터 절반으로 줄였다. 트랙스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도 50% 수준만 가동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본사 역시 북미 지역 공장에서 추가 감산에 들어가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 GM은 이달 북미 지역에 있는 14개 공장 가운데 절반 이상인 8개 공장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에 8만대 이상 생산 손실을 본 한국GM은 기대를 모은 2022년형 볼트 EV와 볼트 EUV마저 본사 리콜 결정으로 출시 계획을 미룬 상태다.
반도체 부족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높은 실적을 이끌어낸 현대차와 기아도 하반기 반도체 보릿고개에 고전하는 분위기다. 부품 공장이 몰려 있는 동남아 지역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완성차 재고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와 해외 판매가 지난해 같은 달과 대비해 각각 6.5%, 7.8% 줄었다. 성장세를 이어오던 기아도 해외 판매가 1.4% 감소했다. 지난 3일 노조 조합원 대상 투표에서 55% 찬성으로 잠정합의안을 가결하며 지난해 임단협 마침표를 찍은 르노삼성자동차도 지난 7월 부산공장 가동이 반도체 부족으로 이틀간 중단된 바 있다.
반도체 부족 장기화에 따른 여파는 올 하반기 글로벌 완성차 시장 판매 실적 감소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GM과 스텔란티스, 포드 등 주요 완성차 업계의 지난달 미국 판매 물량은 예상치보다 400만대가 감산된 수준으로 코로나19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델타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국내 자동차 업체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지만 점차 그 영향이 확산하고 있다”며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글로벌 밸류 체인 정상화 여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