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20년 이상 국가 사용 도로, 나라 땅으로 봐야”

입력 2021-09-05 16:19

국가가 20년 넘게 점유해 도로로 사용한 땅이라면 국가가 무단으로 토지를 점유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국가 소유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말소 등기 소송을 제기한 A씨의 상고심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125㎡ 규모의 도로가 자신이 상속받은 땅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일제강점기인 1913년 작성된 토지조사부와 1961년 복구된 토지대장에 해당 토지의 소유자는 A씨의 증조부로 기록됐지만, 1978년 토지대장에는 소유자명이 ‘소유자 미복구’로 정정됐고 1996년 6월 다시 국가 명의로 바뀌었다. 이에 A씨는 토지대장 변경의 명확한 근거가 정부에 남아있지 않아 당시 공무원의 착오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고, 1심과 2심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가가 20년 동안 해당 토지를 점유했다는 점을 짚었다. 부동산을 점유하면 등기를 통해 소유권을 갖게 된다는 민법 조항을 근거로 국가가 토지취득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더라도 국가 점유권을 함부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증명 책임이 국가가 아닌 A씨에게 있다고 봤다.
A씨가 자신의 땅에 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도 토지대장 복구 이후 도로로 편입된 것이 정부의 잘못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고, 소송을 내기 전 토지를 도로로 사용하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보상을 요구하는 등 소유권을 주장한 사정도 없었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의 주된 근거였다.
대법원은 “국가가 토지취득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더라도 국가가 소유권 취득을 위한 적법한 절차를 거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해당 토지에 대한 국가의 자주점유의 추정을 함부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