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는 시작에 불과했다. 사교육 시장과 부동산 투자 규제에 착수한 중국 정부가 아이돌 산업까지 통제를 시작했다. 시장에 대한 불투명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 물류 대란, 원자재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중국 경제에 ‘피크아웃(경기 하강)’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중국 경제 성장률을 일제히 하향하고 나서면서 대중 투자에 먹구름이 낀 모습이다.
중국 국가세무총국은 최근 영화산업 등 고소득자에 대한 대대적인 탈세 단속에 착수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는 연예인 팬덤에 대한 관리강화 방안을 발표했고, 국가광전총국은 ‘냥파오(여성스러운 남성)’ 등 기형적 미적 기준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공동부유론’을 꺼내든 뒤 일반인에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는 연예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에 착수한 것이다.
중국은 앞서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해 불공정 거래 행위 제한 등을 명분으로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탓에 알리바바의 2분기 매출 실적은 최근 2년 새 처음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도 개발기업에 대한 3대 금융 규제 도입, 부동산 대출 관리 강화에 나섰다. 교육 불평등 확대 및 출산율 감소 등을 이유로 사교육 시장에선 기업 영리 행위를 제한하는 정책을 잇달아 발표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JP모건은 지난 9일 “중국 정부의 규제강화 기조는 경제의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민간 투자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의 수입비중이 80.8%에 달하는 알루미늄을 시작으로 철(70.6%), 구리(58.7%) 등의 원자재가 고공행진도 중국 경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평균 코로나19 확진자수도 지난 6월 2명에서 8월 34명으로 증가하며 재확산 중이다. 당국이 도시 간 이동을 원천봉쇄하면서 물류시설이 셧다운, 중국 내외부 공급망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 탓에 글로벌 IB들은 지난 8월 중국의 연간 성장률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우려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8.6%→8.2%, JP모건은 9.1%→8.7%, 모건스탠리는 8.7%→8.2% 등으로 전망치를 낮췄다.
중국의 실물 경제지표도 하락 중이다. 산업생산은 6월 8.3%에서 7월 6.4%로, 소매판매는 12.1%에서 8.5%로, 고정투자는 12.6%에서 10.3%로 주춤하면서 모두 당초 전망치보다 1~2.4%포인트 낮아졌다. 이에 대해 한은은 “델타 변이 확산, 기업 규제 강화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성장 모멘텀이 둔화된 상황”이라며 “재정여력과 고용 개선세 등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완만해진 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