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집단 암 발병”…충북도 보건환경계획 수립

입력 2021-09-05 11:08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일대에는 1999년, 2001년, 2010년 소각시설이 차례로 조성됐다. 3개 시설의 하루 총 소각용량은 1999년 15t에서 2017년 543.84t으로 36배 증가했다. 막대한 양의 폐기물이 태워지는 사이 병을 얻는 주민들이 늘어갔다. 최근 10년 새 인근 주민 60명이 암(폐암 31명)으로 숨지고, 호흡기·기관지 질환자 45명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청원에 따라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한 환경부는 지난 5월 “소각시설과 암 발생과의 역학적 관련성을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놨다. 이후 북이면 주민과 환경단체, 청주시의회의 재조사 요구를 받아들여 오는 9월부터 5년간 추가 보완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주민들의 고통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충북도는 이 같은 폐기물 소각장 난립으로 주민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청주 북이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역 특성에 맞는 환경보건계획을 수립한다고 5일 밝혔다.

도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도민 건강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환경보건 실태를 조사하고 예상되는 환경성질환에 대응할 시책 마련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도는 이를 위해 2023∼2027년 도내 환경보건 정책의 기본방향이 될 환경보건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추진한다.

도는 이 용역을 통해 도내 산업단지, 소각장, 폐광산 등 환경보건 시설 현황을 파악하고 발생하는 피해와 문제점을 진단할 계획이다. 환경유해인자가 주민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질환의 발생 현황, 유해물질 노출 실태, 화학물질·석면관리, 산업단지 내 오염배출 시설, 생활환경 오염물질 현황 등도 조사한다.

이들 자료를 분석해 주민 건강피해 예방·관리에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 대책을 찾는 게 용역의 목표다. 어린이, 노인, 임산부 등 환경유해인자의 노출에 민감한 계층에 대한 특별관리 대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북이면처럼 폐기물처리시설을 비롯해 산업단지, 폐광지역, 교통밀집지역 등의 인근 주민 등 환경오염에 취약한 지역주민도 특별관리 대상이다.

도는 현재 입법예고 중인 환경보건 조례를 연내에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내년에 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용역 기간은 1년이다. 모든 조사 결과는 도민에게 알려야 한다. 조사를 위해 충북도건강영향조사반을 두도록 했다.

도 관계자는 “환경오염으로 건강피해 염려가 커지고 있어 환경성 질환의 사전예방과 생활환경 유해 요인에 대한 관리 정책을 통해 도민의 안전을 지키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