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돋보기] 아침 두통, 턱통증이 이갈이 때문?

입력 2021-09-04 09:32 수정 2021-09-04 09:34
국민일보DB

잠자며 이를 가는 습관은 단순히 시끄러운 소음의 정도를 벗어나 소름끼치는 소리가 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매우 괴롭게 하는 수면장애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갈이는 전체 인구의 약 8~31%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갈이 환자의 90%는 자신에게 그런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다.

이를 가는 소음도 문제지만 이갈이를 장시간 방치하면 아침 두통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10세 이하 소아 이갈이의 경우 얼굴 변형 등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미국 치과협회 에반 박사는 최근 “우리의 턱은 강력하다. 보통 음식물을 씹을 때 약 70파운드의 힘으로 물을 수 있다. 의도적으로 치아를 꽉 물게 되면 약 140파운드의 힘까지 낼 수 있다. 밤에 이갈이의 경우 약 700파운드로 증가한다고 추정한다. 이 강력한 힘은 당신이 턱 관절에 심각한 무리를 주고 이 충격이 아침두통을 유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갈이를 계속 무시한다면 결국, 치아 구조와 얼굴 변형 등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신경과 전문의) 원장은 4일 “이갈이는 수면 시 발생하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본인은 모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턱 통증이나 두통이 있다면 이갈이를 의심해 봐야 한다. 이갈이 자체가 긴장성 두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긴장성 두통은 또 다른 수면장애를 발생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갈이를 방치할 경우 치아를 포함해 음식을 씹는데 관여하는 저작계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치아는 음식을 잘 씹기 위해 원래 울퉁불퉁한 형태인데 이갈이가 지속되면 치아가 비정상적으로 닳게 된다. 김지락 대구가톨릭대병원 치과 교수는 “치아의 마모도가 심하면 시린 증상이 나타나고, 기존에 치료한 부위가 떨어지거나 크라운에 구멍이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치아가 부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이갈이에 영향을 주는 원인을 정확히 찾아 치료해야 긍정적인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이갈이는 수면호흡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서울수면센터 연구팀에 따르면 이갈이 환자 88명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한 결과 전체 이갈이 환자의 82%가 수면호흡장애를 동반하고 있어 이갈이와 수면호흡장애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원장은 “이갈이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잘 때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는 구강 호흡이다. 콧속이나 폐가 좋지 않거나 잘 때 자세 때문에 숨을 충분히 들이 마시기 어려우면 입을 살짝 벌리고 자게 되는 때 이 때 코를 골면서 이를 가는 경우가 많게 되고 이는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남성에게서 자주 관찰되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여성도 예외는 아니다. 여성의 이갈이는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까지 해친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본인은 모르고 있다가 결혼 후 이갈이 증상을 발견해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 본인의 이갈이 증상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기고 이로 인해 이갈이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경우가 많다.

이갈이가 의심된다면 수면에 대한 종합검사인 수면다원검사와 심리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고 근본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갈이의 원인에 따라 이갈이 마우스피스, 이갈이 보톡스, 양압기 치료, 심리 치료 등의 방법이 있다.

이갈이 환자의 대다수가 특정 수면 자세를 취하면 이갈이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에 따라 호흡 패턴이 다르기 때문이다. 똑바로 눕지 않고 옆으로 누워 자는 등 수면자세만 바꿔도 이갈이 증상을 상당부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