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러너에서 인생 러닝메이트로… 도쿄패럴림픽 달군 프러포즈

입력 2021-09-04 05:10
프러포즈 후 뜨거운 포옹을 하고 있는 두 사람. NPR 캡처

도쿄패럴림픽 여자육상 경기에서 선수와 함께 경기를 뛰는 가이드러너가 인생의 러닝메이트가 된 영화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 2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육상 200m(스포츠등급 T11) 예선에 4조로 출전한 케우라니두레이어 페레이라 세메도(32)는 33초 04로 조 4위, 시즌 베스트 기록을 세웠지만 전체 15명 중 14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를 마주한 페레이라 세메도는 실망감에 빠졌다. 하지만 이내 그 실망감은 기쁨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가이드 러너인 마누엘 안토니아 바스다베이(30)가 경기장에서 프러포즈를 했기 때문이다.

바스다베이는 경기장 트랙에서 페레이라 세메도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손을 잡은 뒤 “나와 결혼해줄래?”라며 프러포즈했다. 바스다베이가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자 페레이라 세메도는 당황한 기색 대신 웃으며 청혼을 수락했다.

지난 2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패럴림픽 여자 육상 200m(시각장애 T11) 예선에 카보베르데 대표로 출전한 케우라니두레이어 페레이라세메도(왼쪽)가 동반주자인 마누엘안토니오 바스다베이가의 청혼을 받은 뒤 환한 표정으로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러포즈를 본 가이드러너들은 환호했고,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파트너 시각장애 선수들에게도 이 상황을 전했다. 동료선수와 가이드러너들은 두 사람을 향한 축복의 박수를 보냈다. 두 사람은 박수를 받으며 뜨겁게 포옹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 트위터 캡처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프러포즈 영상을 소개하며 ‘인생에서도 둘이 함께 달리기를!(May the two of them run together for life!)’이라는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프러포즈를 한 바스다베이가는 페레이라 세메도와 11년 동안 가이드러너와 선수의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올해 7월 페레이라 세메도가 국가대표로 결정됐을 시점부터 이날의 프러포즈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페레이라 세메도는 공식 패럴림픽 홈페이지 프로필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준 인물에 가이드러너라고 답한 바 있다.

프러포즈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감동이다”, “축하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시각장애 육상 선수는 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 가이드러너가 2인 1조로 달린다. 훈련부터 경기, 시상 등 모든 순간을 함께 하는 가이드러너는 선수의 눈이자 파트너, 그리고 페이스메이커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의 50㎝ 이내에서 달려야 하고 선수의 출발위치와 자세를 잡아준다. 경기 중에는 끈으로 서로의 손을 연결해 전 레이스를 동행해야 한다. 가이드 러너가 부정 출발을 하거나 선수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 해당 선수는 실격처리 된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