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패럴림픽 여자육상 경기에서 선수와 함께 경기를 뛰는 가이드러너가 인생의 러닝메이트가 된 영화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 2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육상 200m(스포츠등급 T11) 예선에 4조로 출전한 케우라니두레이어 페레이라 세메도(32)는 33초 04로 조 4위, 시즌 베스트 기록을 세웠지만 전체 15명 중 14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를 마주한 페레이라 세메도는 실망감에 빠졌다. 하지만 이내 그 실망감은 기쁨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가이드 러너인 마누엘 안토니아 바스다베이(30)가 경기장에서 프러포즈를 했기 때문이다.
바스다베이는 경기장 트랙에서 페레이라 세메도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손을 잡은 뒤 “나와 결혼해줄래?”라며 프러포즈했다. 바스다베이가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자 페레이라 세메도는 당황한 기색 대신 웃으며 청혼을 수락했다.
프러포즈를 본 가이드러너들은 환호했고,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파트너 시각장애 선수들에게도 이 상황을 전했다. 동료선수와 가이드러너들은 두 사람을 향한 축복의 박수를 보냈다. 두 사람은 박수를 받으며 뜨겁게 포옹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프러포즈 영상을 소개하며 ‘인생에서도 둘이 함께 달리기를!(May the two of them run together for life!)’이라는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프러포즈를 한 바스다베이가는 페레이라 세메도와 11년 동안 가이드러너와 선수의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올해 7월 페레이라 세메도가 국가대표로 결정됐을 시점부터 이날의 프러포즈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페레이라 세메도는 공식 패럴림픽 홈페이지 프로필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준 인물에 가이드러너라고 답한 바 있다.
프러포즈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감동이다”, “축하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시각장애 육상 선수는 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 가이드러너가 2인 1조로 달린다. 훈련부터 경기, 시상 등 모든 순간을 함께 하는 가이드러너는 선수의 눈이자 파트너, 그리고 페이스메이커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의 50㎝ 이내에서 달려야 하고 선수의 출발위치와 자세를 잡아준다. 경기 중에는 끈으로 서로의 손을 연결해 전 레이스를 동행해야 한다. 가이드 러너가 부정 출발을 하거나 선수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 해당 선수는 실격처리 된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