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따돌림에 소중한 보물 잃어”…대구 고교생 유족 청원

입력 2021-09-04 06:08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지난달 31일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남자 고등학생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가운데, 유족이 “아들이 지속적으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며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는 청원을 올렸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집단 따돌림에 내 소중한 보물을 잃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숨진 아들의 어머니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8월 마지막 날 아침 소중한 제 보물인 17세 아들이 죽었다. 우울증에 학교 가기 싫다고 말하며 10층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고 운을 뗐다.

그는 “대구 북구에 있는 사립 중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기대감으로 마냥 밝기만 했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서서히 말이 없어지고 학교에 가기 싫어하게 됐다”며 “고등학교 생활의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드러내듯 172㎝에 40㎏을 겨우 넘을 만큼 야위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DB

청원인에 따르면 원인은 집단 따돌림이었다. 아들의 변해가는 모습을 본 유족의 요청으로 학교 위기관리위원회 상담이 진행됐다. 알고 보니 아들은 1년 전 학우들로부터 지속적인 따돌림을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접하게 됐다.

청원인은 “아들이 괴로워하며 책상에 엎드려 있거나 울부짖는 아이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야유하는 학우들의 모습을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목격했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상담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는 “말로는 표현 못할 수치감이 아이의 온몸을 채우고 있고, 우울 증상이 말기 암에 비교될 정도로 심해서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더라”며 “우울 상담 치료와 약물치료를 하던 8월 말 아침, 아들은 차디찬 시체로 발견됐다”고 토로했다.

또 청원인은 “아이의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해 중학교 3년 내내 시험감독으로 참가했던 제게 3년간의 담임선생님들 어느 누구도 아이의 힘든 상황을 얘기해 주지 않으셨다”면서 “저는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하는 줄 알고만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가 죽고 난 다음에 친구들의 집단 따돌림 사실이 밝혀져 아이가 느꼈을 수치심을 제가 몰랐다는 사실에 자책한다”면서도 “이를 숨기고 얘기해주지 않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분노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청원인은 “아이의 죽음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친 이가 있다면 낱낱이 찾아내어 엄마, 아빠 없이 홀로 무서운 구천을 헤매고 있을 아이의 한을 풀어주고 싶다”면서 진실을 찾고 싶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3일 오후 2시 현재 1만3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대구에서 고등학생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사건을 놓고 경찰이 학교폭력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

2일 대구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7시 22분쯤 북구 한 아파트에서 고등학교 1학년생 A군(17)이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경찰은 학교폭력이 의심된다는 유족 등 신고에 따라 관련 수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원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