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적용되는 사적 모임 제한 조치가 백신 인센티브와 엮이면서 한층 복잡해졌다. 새로운 수칙을 접한 시민들 사이에선 “모임 가능 조합을 따지는 게 퀴즈를 푸는 것 같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복잡한 방역수칙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겠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전 국민이 숙지해야 하는 방역수칙은 직관성이 생명인데, 이해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집에선 8명, 묘지에선 2명, 식당에선 6명… ‘경우의 수’ 따지기 바빠
개편된 모임 제한의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지역. 거리두기 3단계와 4단계 지역의 인원 제한 수준이 다르다. 둘째는 시간. 3단계 지역은 낮이든 저녁이든 상관없지만, 4단계 지역은 오후 6시를 기점으로 모일 수 있는 접종 미완료자 수가 2명으로 줄어든다. 마지막은 장소. 모이는 곳이 집인지, 식당이나 카페인지, 다른 다중이용시설인지에 따라 인원이 달라진다.
이것만으로도 계산은 충분히 복잡하다. 가령 접종 완료자 3명과 미완료자 3명이 수도권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면 오후 6시 이전엔 방역 수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런데 모임이 길어져 오후 6시를 넘기면 미완료자 한 명은 자리를 떠나야 한다.
17일부터는 문제가 더 까다로워진다. 수도권에서 가정 내 모임을 최대 8명까지 허용하는 추석 특별방역대책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서울의 집에 일가 8명이 모여 차례를 지낼 순 있으나 성묘를 갈 수는 없다. ‘추석 모임 8명’은 집에서만 모일 수 있는 인원이어서 그렇다. 집 밖으로 나가면 달라진다. 성묘는 오후 6시 이전에 4명, 6시 이후엔 2명까지 가능하고, 추석 연휴 가족 외식도 6명이 최대치다.
각종 예외도 문제다. 정부는 영유아 등을 돌보는 인력을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동거가족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최대 6명, 8명이 모일 때는 이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락가락하는 방역 수칙도 혼란을 키운다. 식당·카페 영업시간 제한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당초 오후 10시까지였던 영업 제한을 지난달 23일 9시로 당긴 바 있다. 그런데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이를 원래대로 돌려놓은 것이다. 결혼식은 당초 친족만 49인까지 허용한다고 했다가 지난달 들어 친족 여부 무관하게 49인까지로 완화했고, 6일부터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99명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수칙 인쇄해 들고 다녀야 하나” 현장은 반 포기
복잡다단한 방역수칙을 숙지하고 지킬 책임은 고스란히 현장의 시민과 업주들에게 돌아간다. 직장인 정모(32)씨는 두 달 전 회사 부서를 옮긴 뒤 새 동료들과 한 번도 식사를 하지 않았다. 감염병 예방에 협조하기 위해서였고, 언제쯤 기회가 올까 애태우며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수칙을 보고는 “퀴즈를 푸는 것 같았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정씨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려워서 사회 활동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황모(34)씨 상황도 비슷하다. 황씨는 잔여 백신 예약에 성공해 ‘백신 인센티브’를 얻게 됐지만 지침을 여러 번 읽어도 잘 이해되지 않아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그는 “식사 때마다 언제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조잡한 조항들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온 국민에게 지키라고 한다. 주변에서 ‘방역수칙을 인쇄해 들고 다녀야겠다’는 농담도 나오더라”고 말했다.
개편된 기준에 따라 영업 방식을 바꿔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고충도 상당하다. 사적 모임 제한 기준은 그대로 유지하되, 백신 인센티브는 확대한다는 조항이 특히 문제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복잡해서 한참 읽었다”면서 “만약 오후 5시에 온 6명 손님이 오후 6시를 넘겨 늦게까지 있는 경우 백신 접종 증명서를 다시 확인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 5시에는 완료자 2명이 포함됐는지 증명서를 확인해 테이블에 앉히고, 6시가 넘어가면 한창 식사하고 계신 분들한테 가서 증명서 2장을 더 요구하란 얘기냐. 그런 게 가능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6명이 모여 있어도 밖에서 봤을 때 누가 백신을 맞았는지 알지 못할 텐데 경영난에 시달리는 우리가 손님을 강제로 쫓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백신 인센티브 효과도 낙관적이지 않다고 했다. 백신을 2차까지 완료한 이들은 대부분 고령층이라 사회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서다.
사생활에 대한 공권력 개입이 갈수록 깊숙해지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도 많아졌다. 개인적으로 밥을 먹고, 운동하고, 친지와 만나는 자유를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모(31)씨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개인의 생활을 침해했지만 우리 모두 ‘이렇게 하면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협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은 연일 악화하고 있다고 한다. 현행 방역 대책이 효율적인지 더이상 믿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모(33)씨는 결혼식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식사 제공을 안 한다는 조건으로 최대 99명까지 하객 입장을 허용한다는 정부 방침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청첩장을 주면서 ‘당신은 식사를 할 수 있고, 당신은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씁쓸하다. 개인의 경조사에 나라가 지나치게 이래라저래라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가 시민의 삶에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감시 사회’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며 “감염병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해도 개인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침해와 국민 개개인의 지속적인 희생을 전제로 한 방역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모 박민지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