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개인 유튜브 ‘오세훈TV’에 올린 사회주택 법적 조치 논란과 관련, 서울시의원이 “시정농단”이라고 지적한데 대해 답변 기회를 얻지 못하자 강하게 반발하며 퇴장했다. 오 시장의 일방적인 퇴장으로 시의회의 시정질문이 한때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논란이 된 사회주택 사업은 사회적기업·사회적협동조합이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청년·고령자 등 주택약자들에게 시세의 80% 수준에서 주택을 임대하는 사업이다. 오세훈TV에는 박원순 전 시장때 시작된 사회주택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전임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과 관련 담당자들 법적 대처를 검토하라”는 내용이 게재돼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주택 사업 실태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감사를 실시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해 정책 재구조화 작업에 나선다”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서울시는 사회주택 사업이 “입주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실제로 2019년 드로우주택협동조합이 재정부담 가중으로 사업을 중단해 일부 세입자가 임대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다. 하지만 사회주택협회 등은 사회주택 사업에 일부 문제가 있어 보완해가고 있는데 오시장 측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공격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시의회도 오 시장이 무리하게 ‘박원순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는 시각을 견제하고 있다.
2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이경선(더불어민주당·성북4) 시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서울시의회 사회주택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조인동 행정1부시장, 류훈 행정2부시장, 김의승 기획조정실장 등 서울시 고위간부들을 발언대에 세워 “오세훈TV를 구독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간부들이 모두 구독하지 않고 있다고 하자 이 의원은 오 시장에게 “더 홍보를 하셔야겠다”고 잽을 날렸다. 이어 이 의원은 오세훈TV가 개인 유튜브인지 서울시의 공식 유튜브인지 물은 뒤 “어떻게 개인 유튜브에 서울시의 비공개 문서가 공개될 수 있느냐. 유튜브 제작 과정에 서울시의 비용 지원이 있었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공공의 비공개 문서와 시장이 지시하지도 않은 발언을 시장 얼굴과 함께 동영상을 만든 것은 서울시의 비공개 문서를 악의적으로 편집해 서울시의 정책을 폄훼한 ‘시정농단’”이라고 표현하며 비공개 문서가 유출된 경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농단(壟斷)은 맹자에 나오는 내용으로, 천한 사람이 시장의 높은 곳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고 물건 팔기에 적당한 곳을 독점해 장사꾼에게 세금을 징수한데서 유래했다. 즉 공공을 사사로이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류훈 부시장을 다시 불러 오세훈TV 영상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오 시장에게는 끝내 한번도 질문을 하지 않았고, 답변기회도 주지 않았다.
그러자 오 시장은 자진해서 발언대에 나선 뒤 “발언 기회를 달라. 시차가 있으면 오해가 생긴다. 이런 식으로 시정질문을 하면 되느냐. 무엇이 무서워서 저한테 질문을 못하는가. 이것은 언페어(불공정)하다”고 반발했다. 오 시장은 김기덕 부의장에게 발언할 기회를 달라고 계속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렇게 하면 시정질문에 응하지 않겠다”며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오 시장은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따로 브리핑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시의회에서 발언 기회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1시간 49분만에 본회의장으로 복귀했다. 오 시장은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제작된 영상”이라며 “이재명 경기지사의 유튜브는 제 유튜브와 상당히 유사하다.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이 유감을 표명하면서 시정질문은 속개됐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김정태(더불어민주당·영등포2)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10년만에 의회민주주의 현장이 유린당하는 현장을 목격했고 그 울분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며 “유감이라는 표현은 ‘사과’나 ‘죄송’의 문제와 다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위원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의원들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해야 할 시장이 답변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의회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며 “(질문한) 이 의원한테 사과를 요구한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시장의 답변태도도 문제삼았다. 그는 “6명의 시의원이 시정질문하는데 시장은 한번도 성실하게 답변에 응하지 않았고 질문의 핵심을 알면서도 일부러 피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소속 김소양 시의원(비례)이 오 시장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김 위원장이 지적한 의회 정신과 기본뼈대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도 “오 시장의 남은 1년동안 서울시가 어떻게 가느냐는 야당 의원님들 손에 달려있다. 시의회가 생산적인 목표로 갖고 힘을 합쳐가는 모습을 시민들이 바라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의회민주주의 정신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상대를 탓하기보다 우리부터 성실한 모습을 보이자”고 호소했다.
김인호 서울시의장은 산회를 선포한 뒤 무거운 표정으로 마지막 발언을 했다. 김 의장은 “오 시장과 공무원들에게 말씀드린다”며 “시의회는 천만시민 대의기관으로서 집행기관을 견제하고 감시한다. 시정질문 시간은 시의원들의 고유 권한이다. 답변 시간을 안줬다고 해서 파행시키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고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이어 “의원들에게 불만이 있다고 목소리 높이고 막무가내로 퇴장하는 것이 천만 시민을 대하는 모습인지…오 시장은 10년전 전철을 밟지 말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2010년에도 시정질문에서 답변기회를 주지 않자 오전에만 참석하고 오후에는 불참한 적이 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