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간신히 탈출했는데…5살 소년 독버섯 먹고 숨져

입력 2021-09-03 15:19
난민 센터 근처 숲에 서식하는 독버섯 사진. 폴란드 언론 홈페이지 캡쳐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탈출해 폴란드로 대피한 5세 소년이 난민 캠프 인근에서 독버섯을 먹고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 소년은 지난달 23일 아프간을 탈출한 부모를 따라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인근에 있는 난민 캠프에 도착했다.

이 가족은 폴란드에 도착한 다음 날 난민 캠프 인근 숲에서 채취한 버섯을 수프를 끓여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사 후 이상을 느낀 가족은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이동했으나 소년의 뇌는 이미 손상된 상태였고 이날 사망 판정을 받았다.

소년과 함께 독버섯을 먹은 6세 형도 중태에 빠져 간 이식 수술까지 받았지만, 예후는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년의 17세 누나는 치료를 받고 현재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치료한 병원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두 소년 모두를 도울 수 없었다”며 “뇌 손상이 심각한 5세 소년은 형과 달리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폴란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난민캠프 인근 숲에서 채취한 버섯으로 국을 끓여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언론 홈페이지 캡쳐

폴란드 현지에선 현재 난민 캠프에 충분한 식량이 제공되지 않아 아프간 난민들이 굶주렸고, 이 때문에 해당 가족이 캠프 밖에서 버섯을 채취하게 됐다는 취지의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난민 캠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한 관계자는 폴란드 현지 언론 라디오제트(ZET)에 “피난민들에게는 유제품, 육류, 채소, 과일, 음료 등 적정 열량의 다양한 식품으로 구성된 식사가 하루 세끼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간 난민들이 원산지를 알 수 없는 음식을 먹지 않도록 안내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폴란드 검찰은 이들이 독버섯을 채취하게 된 경위를 수사 중이다.

숨진 소년의 아버지는 영국군에 수년간 협력해온 회계사로 확인됐다.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점령하자 폴란드 군대와 함께 아프간을 탈출해 해당 난민 캠프에 머물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천현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