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구속’ 후폭풍… 민주노총, 파업·단식 돌입

입력 2021-09-03 14:43 수정 2021-09-03 14:49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3일 열린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강제연행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

양경수 위원장이 경찰에 연행되자 민주노총이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10월 총파업 강행을 위한 전초전으로 일부 간부 파업과 긴급 항의 행동에 돌입했다. ‘친(親)노동’을 표방해 온 정부에서 극단적 노정갈등이 벌어진 것으로, 코로나19로 침체한 사회가 대대적인 파업 리스크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노총은 3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정부의 ‘노동 존중’은 역대급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주노총 집회 당시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정부는 지난 집회들이 감염병 확산의 주범인 것처럼 왜곡했다”며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은 평등권 침해”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이날부터 긴급행동에 착수했다. 일부 간부는 파업을 시작했고, 다른 조합원들은 양 위원장이 입감된 서울 종로경찰서 인근을 포함해 전국적인 항의 행동을 매일 진행할 예정이다. 청와대 앞에서는 릴레이 동조 단식을 이어갈 계획이다. 양 위원장은 전날부터 종로서 유치장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노동 친화’를 강조했지만 노동 총파업이라는 거대한 산을 맞닥뜨리게 됐다”며 “코로나19 장기화와 노동 갈등이 맞물려 정권 말기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민사회단체들도 한목소리로 양 위원장 강제연행을 반발했다. 구속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용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은 “앞선 집회들은 인멸할 증거가 없고 (얼굴이 알려진) 양 위원장이 도주할 우려도 없다”며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벌금형 수준인데, 구속은 과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 이번 구속 사태의 본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부가 노동을 ‘제압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도 “정부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건 시민사회에 대한 압박”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경찰청 7·3 불법시위 수사본부는 전날 양 위원장의 신병을 구속영장 발부 20일 만에 확보했다. 경찰은 양 위원장에 대한 추가 조사 후 다음 주 초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양 위원장 연행 직후 종로서 등에서 기습 집회를 벌인 민주노총 조합원에 대한 처벌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당시 경찰은 이를 불법 집회로 간주하고 수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으나 민주노총은 불응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