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격전지였던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에서 3일 전사자 유해 발굴이 시작됐다. 9·19 군사합의를 통해 비무장지대에서 유해를 공동 발굴하기로 했던 북한은 이번에도 호응하지 않았다.
국방부에 따르면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오전 백마고지 유해발굴 현장을 방문해 개토식을 주관했다. 남 총장은 추념사에서 “백마고지는 6·25전쟁 당시 최대의 격전지 중 한 곳으로 우리 선배들이 최후의 순간까지 목숨을 걸고 사수했다”며 “한반도 산천 초야 어딘가에 묻혀 계시는 영웅들을 마지막 한 분까지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에 있는 백마고지는 6·25전쟁 당시 가장 많은 전사자가 발생한 지역 중 한 곳이다. 국군 9사단은 백마고지에서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전투를 치렀다. 약 960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됐다.
백마고지는 6·25 전쟁 기간 중 한국군을 비롯해 3개국(미국 벨기에 룩셈부르크)이 참여한 전장이다. 유엔군 유해 수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비무장지대는 후방지역에 비해 단위면적당 약 20배 많은 전사자 유해가 발굴되고 있으며 그 중 7배 이상이 완전유해 형태로 발굴된다”며 “이번 백마고지 유해발굴에서도 많은 유해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9년 4월부터 지난 6월까지 2년여 동안 DMZ 내 화살머리고지 남측 지역에서 실시한 유해발굴 작업에서는 3092점(잠정 유해 424구)의 유해와 유품 10만1816점이 발굴됐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에서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공동 유해발굴 작업을 하기로 했으나 이후 남북관계 악화로 북측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우리 측 단독으로 작업이 진행된 바 있다.
이날 개토식에는 유해발굴 TF장인 제5보병사단장,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지상작전사령부 특수기동지원여단 장병들이 현장을 찾았다. 최문순 강원지사와 철원군수도 참석했다. 6·25전쟁 당시 백마고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제9보병사단 장병들도 선배 전우들의 귀환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개토식 현장을 찾았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