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매출” 4단계 연장에 무너진 자영업자

입력 2021-09-03 11:57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가게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연장된 거리두기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꺾이지 않는 4차 대유행 확산세에 이들의 탄식은 연일 커지고 있다. 정부는 3일 현행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다음달 3일까지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자영업자들은 추석 대목에 대한 기대감마저 품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국내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3일 가게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주들의 글이 다수 게재됐다. 이들은 “기다리라는 말만 하며 우리를 희생시키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정부의 방역조치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헬스장 업주라고 밝힌 한 회원은 “3개월째 월세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샤워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다 보니 절반 이상 회원들이 이용을 정지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7~8월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번 달도 같은 상황이 돼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절망감을 드러냈다.

다른 회원은 “매번 고비 때마다 ‘마지막이겠지’ 하고 버틴 게 어느새 벌써 2년”이라며 “기약 없는 기다림이란 게 가장 힘들다. 10월까지 전 국민 70% 백신 접종을 마친다고 하지만 단 한 번도 정부 계획대로 된 적이 없지 않으냐”라며 답답한 감정을 토해냈다. 이 회원 역시 가게 매출이 지난달 개업 이래 최저점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모임 인원 제한은 백신 접종자 포함 조건에 따라 최대 6명까지로 완화됐음에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컸다. 대다수 업주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센티브는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자신을 20대 청년 창업자라고 소개한 회원은 “내 또래에는 우선 접종 직종이 아니고서야 아직 접종 완료자가 없다”며 “추석 전 백신 2차 접종을 시키더라도 완료자가 되려면 2주가 더 지나야 하지 않느냐”라고 호소했다. 가게 주 고객층인 20·30세대가 1차 접종을 막 시작한 시기에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규제를 완화해봤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2차 손님’이 주 고객인 호프집과 노래방 사장님들의 한숨 소리가 컸다. 한 호프집 업주는 “함께 일하던 아르바이트생들을 모두 내보냈다”며 “근처 숙박업소는 술을 더 먹고 싶은 이들로 주말 내내 만실이라고 한다. 그런다고 2차 술자리가 사라지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희망회복자금 대상에서도 제외돼 임대인에게 관리비 지급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울먹였다.

매번 바뀌는 방역 지침을 숙지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많았다. 새로 바뀐 거리두기 지침에는 사적 모임에는 백신 2차 접종 완료자가 일정 부분 포함돼야 한다. 추석 연휴에는 접종 완료자를 4명 포함해 최대 8명의 가족 모임이 가능해진다.

부산에서 노래방을 운영한다고 밝힌 회원은 “방역 정책 질문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받다 보면 구청 직원이 된 기분”이라며 “오후 9시까지인 줄 알고 나가는 손님도 많다”고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다른 누리꾼도 “아침에 나온 거리지침도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다. 9시랬다 10시랬다, 2명이랬다 4명이랬다 세부적으로 이랬다저랬다 하니 너무 헷갈린다”고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