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간 외교관들이 주재국 주요 인사와 인맥을 넓히는 데 써야 할 외교네트워크 구축 예산이 대사 아내의 모임회비 등으로 잘못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실이 주요 공관 39곳을 대상으로 ‘2020~2021년 7월 외교네트워크 구축비 집행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8개 공관에서 집행지침 위반 및 부적정 집행 사례가 적발됐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주말레이시아, 주미국, 주엘살바도르, 주인도대사관 및 주시카고 총영사관 등 5곳은 대사 배우자의 모임 회비 납부에 외교네트워크 구축비를 썼다. 민간인 신분인 대사 배우자는 이 예산 사용이 금지돼 있다.
주뉴욕 총영사관은 현지 교민 사진전에 축하화환을 보내는 데 이 예산을 사용했다. 주뉴질랜드 대사관은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를 비외교인사인 한국 언론사 파견 통신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위원, 피아니스트 등과의 식사에 지출했다. 주미국 대사관도 호텔관계자, 한국 기업관계자 등과의 식사에 이 예산을 썼다.
케이팝 동호회 면담이나 도서구입에 네트워크 구축비를 전용한 사례도 있었다. 주폴란드 대사관, 주후쿠오카 총영사관 등 10곳은 과거 감사에서 해당 예산 관련 지적을 받았지만 이번에도 적발됐다.
이 의원은 “보안이 요구되는 긴요한 외교활동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의 목적 외 사용과 오집행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면 기강해이와 해당 외교사업의 적절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