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 잠겼다…순식간에 물이 차올라 최소 45명 사망

입력 2021-09-03 05:25 수정 2021-09-03 07:10

허리케인 아이다가 뉴욕 등 미국 북동부 주거지를 강타해 최소 45이 사망했다. 시간당 강수량이 워낙 많아 거리가 불과 수 시간 만에 물에 잠겼다. 워낙 많은 비가 급격히 쏟아진 탓에 지하철과 거리는 물론 아파트 지하실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고, 미처 피하지 못한 시민들의 피해가 컸다.

아이다는 뉴욕과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메릴랜드주를 강타했다. 뉴욕에서만 최소 14명이 숨졌다. 퀸스와 브루클린의 아파트 지하실에서 1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월세가 높은 지역이어서 아파트 지하를 불법 개조해 숙소로 사용한 곳이 많았는데, 이들 거주민이 피해를 입은 것이다.

한 목격자는 “폭우가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거리를 범람했다. 자동차가 홍수에 아파트 지하 벽을 부수고 다가구 주택에 충돌해 파도를 만들었다”고 CBS에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건물주가 세입자들에게 빨리 대피하라고 알렸지만, 물이 너무 빨리 들어왔고, 수압이 강력해 문을 열고 탈출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에서만 사망자 3명이 나왔다.

CNN은 뉴욕주 인근 뉴저지에서도 최소 23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패서익강이 범람해 1명이 숨졌고, 뉴저지 남부 도시 엘리자베스의 아파트에서 사망자 5명이 나왔다.

실종자 수색을 지속하고 있어 사망자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망했다. 뉴욕 및 뉴저지 등 주 정부는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번 폭우는 말 그대로 기록적이었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는 전날 시간당 8.91㎝(3.15인치) 비가 내렸다. 관측 사상 최고 기록이다. 퀸스, 브루클린 일대 도로가 물에 잠겨 대부분 교통이 통제됐다.

거리와 지하철 승강장은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 물이 차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거리와 지하철 승강장이 순식간에 강이 됐다”고 설명했다. 뉴욕 교통 당국은 사실상 광역 교통의 운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국립기상청(NWS)이 뉴욕시의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스테이튼 아일랜드 지역에 홍수 비상사태를 발령한 것도 처음이었다. NYT는 “패서익 강 제방 너머로 물이 불어나 물고기가 거리에 뒹굴었다”고 보도했다.

뉴저지에서는 미연방우체국(USPS) 빌딩 지붕이 무너졌고, 펜실베이니아에선 강이 범람해 고속도로가 물에 잠겼다. 뉴욕과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전역에서 20만 가구가 정전 사태를 겪었다. 침수 피해로 집에서 나온 이재민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피해복구를 위한 연방기관 총동원령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는) 극심한 폭풍과 기후 위기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우리 시대의 큰 도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뉴욕은 어제 하루에만 평소 9월 한 달간 내리는 양보다 더 많이 비가 왔다. 여러 주의 피해가 크다”며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현장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국의 연료 부족과 유가 인상을 막기 위해 연방기관을 투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다가 강타한 지역은 석유 생산 및 정제 인프라의 핵심 지역”이라며 “석유 가용성을 늘리고 유가 인상 압박을 완화하고자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환경보호청(EPA)에 피해를 입은 지역에 동절기용 연료 판매를 허용하라고 지시했다. 또 연방항공청(FAA)에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피해를 평가하기 위해 감시 드론 사용을 승인하라고 지시했다.

미환경보호국은 이날 “해수면 상승, 홍수, 폭염 지구온난화의 피해는 미국 소수인종이 불균형적으로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이다가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 저소득층과 흑인 거주 지역을 집중적으로 강타한 뒤 나온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