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선수 금메달 깨물었던 日 나고야 시장, 코로나 확진

입력 2021-09-02 21:20
고토미우 선수의 금메달을 깨물고 있는 나고야의 시장 가와무라 다카시. 트위터 캡쳐.

‘침 묻힌 금메달’ 논란을 일으켰던 일본의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가와무라 시장은 2020도쿄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딴 자국 소프트볼 선수의 메달을 깨무는 돌발행동으로 비난받은 인물이다.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은 2일 가와무라 시장이 무증상 감염자로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가와무라 시장의 특별비서인 다나카 가츠요시가 먼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가와무라 시장이 자택에 격리돼 PCR 검사를 받은 결과 최종 확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와무라 시장은 지난 7월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했지만 돌파 감염된 경우로, 증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와무라 시장은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전 직원이 하나 돼 끊임없이 시정 운영에 노력하자”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선수의 허락없이 금메달을 깨물고 있는 나고야 시장.

가와무라 시장은 지난 도쿄올림픽 소프트볼 경기 결승전에서 미국 대표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고토 미우(20)를 환영한 자리에서 무례한 행동을 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출신지인 나고야를 방문한 고토 미우는 가와무라 시장을 만나 자신의 금메달을 직접 목에 걸어줬다. 이때 가와무라 시장은 “정말 무겁네”라면서 쓰고 있던 마스크를 내리고, 고토의 금메달을 이빨로 ‘딱’ 소리가 나도록 깨물었다. 순간 고토는 당황한 듯 어색한 웃음을 지었고, 가와무라 시장은 자신이 깨문 메달을 닦지도 않은 채 고토에게 돌려줬다.

‘메달 깨물기’는 통상 선수들이 메달을 딴 기쁨을 표현할 때 취하는 세리머니 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진행된 만큼 감염 위험을 높이는 메달 깨물기 퍼포먼스는 금지된 상태였다.

때문에 가와무라 시장의 행위는 더 큰 비난을 받았다. 일본 주요 도시의 시장이 방역 중요성을 망각하고 침을 묻힌 채 금메달을 돌려줬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항의와 비난이 빗발쳤다.

이에 가와무라 시장은 SNS를 통해 고토 선수에게 사과했다. 그는 “메달을 깨문 행위는 애정표현이었고, 폐를 끼쳤다면 사과한다”고 말하며 “사과의 뜻으로 3개월 치 월급인 150만엔(약 1600만원)을 받지 않겠다”며 셀프징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결국 일본올림픽위원회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고토 선수의 메달을 새 메달로 교체해주기로 했다. 가와무라 시장은 ‘내가 교체비용을 내겠다’고 했으나, 일본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헌장에 따라 정치적 기부를 받을 수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한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