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피아노과 정시 1차 입시곡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현실화되자 연세대 측은 자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31일 카카오톡의 한 오픈 채팅방이었다. A씨는 “연세대(시험) 치실거에요?”라고 물어보며 “1차곡 하나만 알려준다”고 했다. 이어 “리스트, 리스트인 것만 말씀드릴게요. 첫 마디부터 32분음표”라며 상세히 곡에 대해 설명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아냐고 묻자 “인맥빨”이라며 리스트 곡 중에서도 초절 기교는 아니라고 했다.
연세대 입학처는 1일 피아노과의 입시곡을 공개했는데 공교롭게도 A씨의 주장과 비슷한 리스트의 곡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연세대가 발표한 입시곡은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연습곡 4번(Grandes études de Paganini, S.141 No. 4)’으로 32분음표로 시작한다. 리스트의 곡 중 초절기교 연습곡과 함께 연주하기 어려운 곡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은 의혹이 가중되자 네이버의 음대입시 관련 카페 매니저에게 1대1 채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 대화를 통해 A씨는 “장난으로 리스트 도깨비불 정도면 연대 입시곡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내뱉었다”며 모든 것이 우연이고 장난임을 주장했다.
그러나 A씨가 언급한 도깨비불은 초절기교 5번으로 앞서 A씨가 오픈채팅에서 ‘초절기교’는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상충한다.
매니저는 이처럼 A씨의 앞뒷말이 맞지 않는다면서 정확하게 어떤 곡이 나올지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A씨가) 해명글을 별도로 올리시겠다고 했으나 올리지 않으셨으며, 어제 23시 이후로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을 접한 입시생들은 “리스트 곡이 얼마나 많은데 리스트를 맞춘다고 해도 잘 안치는 곡에 32분음표 시작, 초절기교까지 맞춘게 우연인가”, “말도 안 된다”라며 분노했다. 누리꾼들도 현재 인기리에 반영되고 있는 드라마 ‘펜트하우스’ 속 주인공 딸의 입시비리에 이 사건을 빗대어 “현실판 펜트하우스다”, “은별이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며 음대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됐다”며 “내일 중으로 학교측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