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걀 등 농축수산물부터 집세·휘발유까지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인 2.0%를 초과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통해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월과 마찬가지로 전년 같은 달 대비 2.6% 상승했다고 2일 밝혔다. 소비자물가는 5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였는데 이는 2017년 1~5월 이후 4년 만이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8% 오르며 2017년 8월(1.8%) 이후 최고치였다.
일단 하반기 들어서도 농축수산물 가격은 좀처럼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농축수산물은 폭염 등 영향으로 7.8% 올랐고, 전월 대비로도 3.9% 뛰었다. 품목별로는 달걀이 54.6% 올라 올해 1월(15.2%)부터 8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이밖에 돼지고기(11.0%), 국산 쇠고기(7.5%) 등 축산물과 수박(38.1%), 시금치(35.5%), 고춧가루(26.1%)도 많이 올랐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도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전·월세 등 집세가 1.6% 상승했는데 2017년 8월(1.6%)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 수치다. 전세가 2.2% 상승했으며 월세는 0.9% 올라 2014년 7월(0.9%)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크게 뛰었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휘발유(20.8%)와 경유(23.5%)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개인서비스도 2.7% 상승했다. 보험서비스료(9.6%), 공동주택관리비(5.3%)가 주도했으며 외식물가도 2.8% 상승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와 농축산물의 물가 상승 기여도가 56.1%로 여전히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률이 크지만 경기 개선으로 개인서비스 등 수요 측면도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8월까지 누계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2.0%였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2.0%대를 기록한 것은 2012년(2.2%)이 마지막이었다. 어 심의관도 “연간 물가상승률이 2.0%대 미만을 기록하려면 앞으로 4개월간 월간 상승률이 2.0% 미만이어야 가능한데, 현재 추세로는 쉽지 않다”며 9년 만의 물가 2%대 진입을 기정사실화 했다.
더욱이 이달에는 추석 연휴와 국민지원금 지급 등이 겹치며 물가 상승 압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실제 관세청은 이날 농축수산물 66개 품목의 수입가격 중 39개 품목이 지난해보다 올랐다고 발표했다. 냉동 삼겹살 수입 가격은 1년 전보다 34.2%, 기타 냉동 돼지고기는 28.1% 올랐고 소갈비(26.7%), 뼈 없는 소고기(14.5%)도 두루 올랐다. 대구(56.3%), 명태(37.3%) 등 수산물 가격 상승도 두드러졌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9월 농산물 수급여건이 개선되겠지만 명절 수요와 가을장마 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물가 체감도가 연중 가장 높은 추석 기간 중 밥상물가 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 물가안정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