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최고지도자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를 수장으로 하는 새 정부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통치체제는 ‘이란식 신정 체제’가 유력하고 정부 내 여성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아프간 현지 매체 톨로뉴스 등 외신들은 탈레반 지도부가 새 정부 형태와 내각 구성 관련 논의를 마쳤으며 조만간 관련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탈레반 문화위원회 에나물라 사망가니는 “새 정부에 대한 협의가 거의 마무리됐고 내각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통신, BBC 등 일부 언론은 이 시점을 3일로 내다봤다.
새 정부 수장으로는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아쿤드자다가 유력하다. 사망가니는 톨로뉴스에 “아쿤드자다가 새 정부의 지도자가 될 것이며 이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1961년생으로 추정되는 아쿤드자다는 물라 아크타르 만수르 전 탈레반 지도자가 사망한 2016년부터 탈레반을 이끌고 있다. 이슬람 율법학자 출신인 그는 최고지도자 자격으로 정치, 종교, 군사 분야의 중요 결정을 내린다. 아쿤드자다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은둔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신도들의 리더(Leader of the Faithful)’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새 정부는 정치와 종교를 모두 관장하는 최고지도자 밑에 대통령이나 총리가 정부를 관할하는 ‘이란식 신정 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쿤드자다 주재로 열린 3일간 회의에서 새 정부 형태로 이란의 신정과 비슷한 정치 체제가 제안됐다고 전했다. 이란은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는 신정일치의 이슬람공화국 체제다. 입법부 의원과 행정부 수반은 직접선거로 선출한다. 정치 분석가인 모함마드 하산 하키아르는 톨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쿤드자다 아래의 총리나 대통령이 그의 관리 하에 업무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탈레반 고위 인사들도 핵심 보직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공동창립자이자 2인자로 현재 대외적인 대표 역할을 하는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외무장관에, 탈레반 창설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이자 군사작전을 총괄해온 무하마드 야쿠브는 국방장관에 각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연계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고위 인사인 칼릴 하카니는 내무장관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은 고위직에 오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탈레반 정치대표부 부대표 세르 압스 스타네크자이는 BBC에 “(새 정부가) 포용적일 것”이라면서도 “여성도 포함되지만 고위직은 아니고 더 낮은 직급에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탈레반은 미국,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에서 새로운 이슬람 정부가 꾸려진다면 여성은 대통령이나 총리직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역할도 맡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