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서 낙태 전면 금지 시행…바이든 “헌법상 권리침해”

입력 2021-09-02 16:29

미국 텍사스에서 어떠한 경우라도 사실상 낙태를 금지하는 새 낙태제한법이 1일(현지시간)부터 시행됐다. 태아의 생명권과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연방정부와 낙태옹호단체들은 시행 반대 의견을 내놓아 한동안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렉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부터 심장박동을 가진 모든 아이들은 낙태로부터 보호받을 것”이라며 “텍사스는 생존권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심장박동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낙태 금지 시기를 현행 20주에서 6주까지 앞당기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강간이나 근친상간 등에 의한 임신 중단도 금지하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임신 6주째부터는 태아의 심장박동소리를 느낄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심장박동을 느끼는 순간 낙태를 할 수 없게 해 사실상 낙태를 금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텍사스 주정부는 낙태 수술을 직접 단속하는 대신 ‘파파라치’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낙태 시술 병원 및 낙태에 관련된 사람 등에 대한 제소를 100% 시민에게 맡긴 것이다. 주 정부는 “불법 낙태 시술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시민에게 최소 1만 달러(12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낙태를 찬성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법 시행을 막기 위해 소송을 내기도 어렵게 됐다. 단속이나 기소권을 주 정부가 행사하지 않기 때문에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낙태를 원하는 여성을 시술소까지 채로 태워주기만 해도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생식권리센터 등 낙태를 옹호하는 단체들이 연방대법원에 텍사스주의 낙태제한법 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이날 대법원에서 5대 4로 기각됐다.

다만 이 법은 40년 가까이 미국 내 낙태권을 인정해 온 연방정부의 입장과 배치돼 논란을 빚고 있다. 1973년 연방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사건에서 임신 28주까지의 낙태수술이 합법이라고 판시했다. 이후 반대 의견이 높아지자 임신 후 24주까지 일부 조정을 받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낙태권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텍사스의 법은 판결로 확립된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낙태권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ACLU도 “헌법에 위배되는 낙태 제한을 막을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법안 시행 전날 텍사스 전역에서는 낙태 시술을 받으려는 인파가 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트리뷴은 “전날 포트워스에 있는 병원에서는 오후 10시까지 여성 20여명이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심장박동법은 다른 주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미시시피주의회는 지난해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주정부가 헌법소원을 제기해 10월부터 연방대법원이 사안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