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사모펀드 운영사 한앤컴퍼니와의 협상 무효를 선언하면서 홍원식 회장 일가의 경영권 이전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측이 법정 다툼을 벌이는 동안 홍 회장의 경영권과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홍 회장은 지난 5월 4일 회장직 사퇴, 오너경영 종료를 선언했지만 4개월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 회장은 지난 상반기 말 기준으로 사내이사 직위를 유지 중이다. 상반기에 보수로 8억8000만원을 수령했다.
그의 가족도 임원 자리에 앉아 있다. 회삿돈 유용 의혹을 받아 지난 4월 보직에서 해임된 장남(홍진석 상무)은 한앤컴퍼니의 매각계약을 공개하기 전인 5월 26일에 상무로 복직했다.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미등기임원으로 있고, 부인 이운경씨는 고문(전무)이다. 홍 회장의 어머니 지종숙씨는 1929년생 고령에도 사내이사(비상근 등기임원)에 앉아 있다.
홍 회장의 경영권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한앤컴퍼니가 제기한 주식 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홍 회장의 주식 처분권을 동결시켰다. 다른 매수인에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다는 얘기다. 한앤컴퍼니는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법적 분쟁은 장기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홍 회장은 1일 입장문을 내고 “법적 분쟁이 종결되는 즉시 남양유업 재매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법적 다툼이 종결되기까지 2년은 걸릴 것으로 추산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전은 길게는 2년 이상 소요된다”며 “이번 남양유업 사태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소송이 진행되는 기간에 기존 경영진은 현재 지배구조 시스템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법적 다툼에 돌입한 상황 자체가 홍 회장 측에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일 홍 회장 측이 승소하더라도 새로운 인수 대상을 찾아 재매각 절차를 밟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매각 건이 전개되면서 해당 사모펀드(한앤컴퍼니)는 재무적으로나 여러 가지에서 곤란한 상황이 됐다. 남양유업이 재매각 절차에 돌입하더라도 손바닥 뒤집듯 매각 절차를 뒤엎는 걸 본 사모펀드들이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양유업 불매운동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M&A 매물로서의 가치를 낮춘다. 기업 이미지 실추로 악화 중인 회사 경영에 타격이 누적될 수도 있다. 남양유업의 올해 2분기 영업적자는 21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줄어든 2396억원으로 집계됐다.
홍 회장은 지난 5월 4일 대국민 사과에서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발표했었다. 불가리스 제품의 코로나19 억제효과 허위 광고, 대리점 갑질 사태 등이 겹치면서 경영이 악화 일로를 걷자 눈물을 흘리며 퇴임을 약속했었다.
같은 달 27일 한앤컴에 오너 일가 지분 전체(53.08%)를 매각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었다. 홍 회장(51.68%), 부인 이운경씨, 손자 홍승의씨 지분을 합친 규모다.
남양유업 측은 새로운 인수 대상을 찾아 빠른 시일 안에 재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재매각을 하겠다는 회장님 의사는 확고하다. 어제(1일) 다시 한번 이에 대해 말씀도 하셨다. 현재 출근해서 매각 상황을 살피고 있다”라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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