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파기환송심 첫 재판, ‘증언 오염’ 여부 공방

입력 2021-09-02 16:22 수정 2021-09-02 16:39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열리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 사건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검찰과 김 전 차관 측이 증인 회유·압박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사업가 최모씨를 사전면담하는 과정에서 최씨에 대한 회유와 압박이 없었다며 최씨를 법정으로 불러 확인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차관 측은 최씨의 증언이 이미 ‘오염’돼 다시 증인신문을 할 것이 아니라 검찰이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입증해야 한다고 맞섰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박연욱)는 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차관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는 지난 6월 대법원이 김 전 차관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 및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최씨의 법정진술 내용이 검찰의 증인 사전면담 후 바뀌었다며 김 전 차관이 최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 다시 심리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었다.

검찰은 최씨의 증언이 오염됐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대법원이 최씨 증언이 오염됐다고 한 적도 없고, 검찰이 최씨를 회유하거나 압박할 이유도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대법원의 취지는) 증언이 오염됐는지 살펴보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회유나 압박을 하려면 유인이 있어야 하는데 최씨는 공소시효가 완성돼 압박받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은 당사자인 최씨를 법정에 다시 불러 증언의 신빙성을 따져보자고 했다.

반면 김 전 차관 측은 최씨를 다시 부르는 것은 오염된 증언을 반복하는 일에 불과하고, 검찰이 증인신문이 아닌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회유나 압박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 전 차관 측은 “대법원의 취지는 간단하다. 최씨의 증언이 오염됐다는 것”이라며 “검찰이 객관적 자료를 제출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전면담은 수사행위가 아니라 근거를 남기지 않아 자료 제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재판부가 최씨를 불러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 최씨,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 수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김 전 차관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또는 공소시효 완성으로 인한 면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은 김 전 차관이 최씨에게 43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실형을 선고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