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정권 시절 ‘6·25 북침설 교육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산 강성호(59·청주 상당고) 교사가 사건 발생 32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오창섭)는 2일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재심에 부쳐진 강 교사의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피고인에 대한 불법 체포·구금 중에 작성된 일부 진술서와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압수물, 압수조서, 참고인 일부 진술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며 “학생들의 진술을 종합해 볼 때 ‘6·25는 북한이 남침을 한 것이 아니고, 미군이 먼저 북한을 침범해 일어난 것이다’라는 피고인의 발언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강 교사는 1989년 4월 제천 제원고(현 제천디지털전자고) 재직 당시 수업 시간에 ‘6·25는 미군에 의한 북침이었다’고 말하고, 북한의 실태 사진을 보여주는 등 2차례에 걸쳐 북한을 찬양·고무한 혐의(구 국가보안법 7조)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강 교사는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으로 감형됐으나 대법원 확정 판결로 1990년 6월 교단을 떠났다. 그는 이 과정에서 8개월을 복역했다. 이후 1993년 3월 사면·복권돼 1999년 9월 복직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이날 재심 판결 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2년 만에 사법 정의가 세워졌으니 이제 반인권, 반민주, 반통일 악법으로 국가 폭력 도구로 이용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며 “사건 당시 충북교육감과 제원고 교장·교감 등 사건 진실 은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교육 관계자는 교육자의 양심으로 강성호 교사와 제원고 학생들에게 사과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