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평생에 이처럼 큰 물난리는 처음입니더, 죽장면이 생기고 유사 이래 가장 심한 피해입니더.”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에서 만난 한 할머니의 이야기다. 그의 말이 죽장면의 피해 상황을 함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2일 죽장면 지동리 마을은 태풍이 남긴 큰 상처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침수된 가전제품과 살림살이는 ‘수해 쓰레기’로 전락해 치워진 상태였고, 범람한 강물로 과수원에는 아직 치우지 못한 돌과 자갈들이 마치 ‘돌무덤’처럼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지난달 24일 3시간 동안 129㎜의 폭우가 쏟아졌고, 태풍 피해 1주일이 지나도 여전히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거센 물살에 쓸려 나간 입암2교와 전기와 통신은 응급 복구됐지만, 시내에서 차를 달려도 40~50분이 걸리는 최고 오지 지역인 죽장면 첩첩산중 산골마을 곳곳이 여전히 돌무더기에 파묻혀 있었다.
범람한 강과 계곡물이 과수원과 도로 등에 쏟아부은 돌과, 자갈, 진흙의 양이 천문학적으로 워낙 많다 보니 덤프트럭과 굴삭기가 쉴새 없이 퍼 날라도 큰 진척이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태풍 후에도 일주일 가량 수시로 비가 더 내려 장비와 복구인력이 손을 쓸 시간마저 부족해 복구는 더디기만 했다.
주택이 전파된 한 주민은 대구에 사는 언니와 아들 집을 전전하며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고, 경운기 등 농기계가 침수된 농민들은 부담스러운 비용으로 수리를 하지 못해 가을 농번기를 앞두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사과 주산지로 유명한 죽장면의 각 과수원마다 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돌과 자갈이 50㎝가량 밭이랑처럼 높은 곳이 많았지만, 마을 진입로와 농로가 매우 좁고 비탈 또한 심해 대형 중장비가 투입이 어려워 돌을 치우는 것을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이날까지 집계된 죽장면 지역의 예상 복구비용은 공공시설을 포함해 2385억원에 달한다. 앞으로 조사가 진행되면 규모는 눈덩이처럼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죽장면 지역의 특별재난지역 조기 선포가 시급하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추석 명절이 코앞인데다 가을장마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이 많아 가슴이 찢어진다”라며 “한시 빨리 주민들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항구적이고 완전 복구될 수 있도록 정부의 조속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