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일본 우익 성향 일간지인 산케이신문과 인터뷰한 내용에 대해 정철승 변호사가 “한국 정부가 잘못해서 한·일 관계가 악화한 것처럼 말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정 변호사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교수의 인터뷰를 보면 한·일 관계에서 일본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양국이 겪는 분쟁과 갈등의 원인에 대한 얘기는 없다”면서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30년 후 미래 세대가 어려워진다는 동떨어진 말을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산케이신문은 지난달 30일 김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김 교수는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는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과거를 질질 끌며 해결하지 못했다”면서 “이는 향후 30년 양국 젊은이들의 희망을 빼앗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강점기에) 항일운동하는 애국자처럼 존경받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일본 선택에 향후 50년 아시아의 향방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 교수가 인터뷰한 기사 내용을 캡처한 사진을 공유하며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나 김 명예교수는 이승만 정권 때부터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60여년간 정권의 반민주, 반인권을 비판한 적이 없었는데 100세를 넘긴 근래부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들을 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하다 하다 일본 우익 언론과 인터뷰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일외교에 대해 비판 아닌 비난을 쏟아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의 이 같은 언급을 두고 진영 논리에 빠져 노인을 폄하한 차별적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영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그의 말은 함께 같은 하늘 아래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하는 패륜의 언어”라고 직격했다.
논란이 계속 커지자 정 변호사는 국민일보에 “일부 언론에서 악의적으로 페이스북에 쓴 글을 발췌했다”면서 “김 교수가 문재인정부를 비판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악담을 퍼부은 것처럼 보도가 나갔지만 그 글은 김 교수의 급변한 태도에 일침을 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제까지 현실에 별로 관심 갖지 않고 정치에도 관여하지 않으며 아카데미즘 같이 진리만을 추구했다”며 “최근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과 달리 한 쪽으로 치우친 정치적 입장과 사고만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명예교수는 1920년 북한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태어났다. 일본 상지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54년부터 85년까지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2016년 ‘백년을 살아보니’ 등의 책을 펴내고 강연에 나서면서 100세 철학자로 대중들과 활발히 소통해왔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