냠양유업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주주들과 소비자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이 그동안 추진했던 지분 정리 등 경영권 포기 행보가 비난을 피하기 위한 ‘매각 쇼’였을 뿐 진짜 매각 의지는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 회장은 1일 법률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사모펀드 운영사 한앤컴퍼니(한앤컴)와의 협상이 무산됐다”며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선언했다. 홍 회장이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53.08%)를 매각하겠다는 기존 의사를 철회함에 따라 ‘불가리스 사태’ 이후 대국민 사과를 통해 공언한 회장직 사퇴와 회사 매각 모두 이뤄지지 않게 됐다.
이 같은 행보에 온라인 종목토론게시판 등에서는 남양유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남양유업 온라인 주주동호회 한 회원은 “홍 회장 일가가 물러나 지배구조가 투명하게 개편될 것이라고 믿어 주식을 사들였다”며 “이제 와 매각을 뒤엎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을 남양유업 주주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매각 발표에 주가가 오르니 약 3000억원 수준(으로 계약했던) 매각가격이 마땅찮았던 것”이라며 “주주들과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홍 회장이 매각 백지화를 선언한 데 남양유업 주가 상승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 회장이 한앤코와 SPA를 체결한 5월 12일의 주가는 주당 36만원 선이었으나 매각 직후 가격이 크게 올랐던 만큼 매매 가격에 대한 불만이 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앤코는 이날 반박문에서 “본 계약 발표 후 홍 회장 측에서 가격 재협상 등 당사가 수용하기 곤란한 사항들을 ‘부탁’이라고 한 바 있다. 8월 중순 이후에는 돌연 무리한 요구들을 거래 종결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며 홍 회장이 무리한 가격 재협상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매각 무산으로 현재 남양유업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의 불안감은 커진 상황이다.
남양유업 주가는 매각 계약 체결 이후 급등세를 보이다 인수 청사진이 구체화 된 지난 7월 1일 장중 81만3000원을 찍고, 76만원에 거래를 마친 바 있다. 홍 회장 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뗀다는 소식이 주가 상승의 결정적 재료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남양유업은 전 거래일보다 3.19% 떨어진 54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2주 신고가 대비 28.02% 떨어진 가격이다.
추가 하락 우려도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연구원은 “업계에서 기업가치 제고로 명성이 높은 한앤컴의 인수 소식이 전해지며 기업 의사결정 과정이 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던 만큼 하방 압력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남양유업은 통제 불가능한 변수로 볼 수 있는 오너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여타 기업하고의 비교 분석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선 남양유업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실제 2018년 이후 남양유업에 대한 증권사 기업분석보고서(리포트)는 단 한 건도 출간되지 않았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