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자들 난데 없는 ‘두테르테 감별’ 공방

입력 2021-09-01 18:26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일 서울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KOTE에서 열린 공정개혁포럼 창립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이 온종일 ‘두테르테 설전’을 벌였다. 필리핀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총알도 아깝다. 강력범은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악과 싸우는 독재자’를 자처하며 대통령에 오른 논쟁적 인물이다.

두테르테 공방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일 대권 경쟁자 홍준표 의원의 발언을 두고 ‘두테르테식’이라 표현하면서 시작됐다. 홍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20개월 아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죄자의 기사를 공유하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이런 놈은 사형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대한노인회 일정을 마친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의 발언에 생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이 형사처벌에 관한 사법 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두테르테식”이라고 답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예정 부지를 찾고 있다. 연합뉴스

홍 의원은 즉각 “나를 두테르테에 비유한 것은 오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테르테이고 귀하는 두테르테의 하수인”이라며 발끈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뜬금없이 나를 두테르테에 비교하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는 것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말”이라고 따져 물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은) 문 대통령이 적폐 수사를 지시하자 중앙지검장으로 벼락출세한 보답으로 득달같이 우리 진영 사람 1000여 명을 무차별 수사해 200여 명을 구속한 분”이라며 “지난날 적폐 수사를 반성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윤 전 총장의 검사 재직 당시 수사 이력을 언급하며 ‘두테르테 감별’ 공방에 가세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두테르테? 본인부터 되돌아보길”이라는 글을 게시해 홍 의원을 두둔했다.

유 전 의원은 “과거 윤 전 총장의 목적이 수사였느냐, 보수 진영의 궤멸이었느냐”며 “문재인 권력의 칼 노릇을 하던 윤 전 총장이 수없이 행한 무리한 구속, 수사, 기소를 온 천하가 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홍 의원이 두테르테면 윤 전 총장은 뭐라고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야권에서 종일 두테르테를 붙잡고 늘어지자 윤 전 총장은 “얘기만 한마디 하면 다 벌떼처럼 말씀하신다”고 반격했다. 이어 “공직에 있으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소임을 다 했다”며 “총장 시절 했던 수사에 많은 격려를 해준 분들이 왜 태도를 바꿨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은 “윤 전 총장이 한국과 우방인 필리핀과의 국가 외교를 치명적으로 훼손시키며 국익 침해행위를 하고 있다”며 “주한 필리핀대사를 예방해 두테르테 대통령의 비하 발언을 정중히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