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한국 내 재산목록 내년 3월까지 제출하라”

입력 2021-09-01 18:15

법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일본 정부에 “한국 내 재산 목록을 제출하고 법원에 출석하라”고 결정하고, ‘재산명시기일’을 내년 3월 21일로 정했다.

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1단독 남성우 판사는 재산명시기일을 내년 3월 21일 오전 10시로 정했다. 이는 재판부가 지난 6월 일본 정부에 재산 상태를 명시한 재산 목록을 제출하라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재산명시는 실제 압류 가능한 재산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되는 강제집행 절차다. 재산명시기일이 정해지면 채무자(일본국)는 법원에 출석해 재산 목록을 제출해야 한다.

앞서 남 판사는 지난 6월 결정문을 통해 일본의 행위가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해 국가면제 예외에 해당할 수 없어 강제집행이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남 판사는 결정문에서 “이 사건의 강제집행은 적법하다”며 “강제집행 실시 후 발생할 수 있는 대일관계 악화, 경제보복 등은 외교권을 관할하는 행정부의 고유 영역”이라고 밝혔다.

재산명시 명령을 송달받은 일본 측은 내년 3월 21일 직접 법원에 출석하고 재산 목록을 제출해야 한다. 또 이 목록이 진실하다고 선서도 해야 한다. 다만 일본 정부가 그동안 소송에 무대응으로 일관해온 만큼 일본 측이 재산명시기일에 출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故) 배춘희 할머니 유족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1억원씩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내 지난 1월 1심에서 승소했다. 일본은 주권 국가는 다른 국가의 재판관할권에서 면제된다는 ‘국가면제’ 이론을 내세워 응소하지 않았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소송에서 승소한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으로부터 배상금을 받기 위해 지난 4월 일본 정부의 한국 내 재산을 공개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재판부는 지난 6월 일본 정부에게 한국 내 재산목록을 제출하라는 ‘재산명시 결정서’를 보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