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입주한 아파트에서 혹파리가 계속 나와 입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입주민들은 날마다 벌레와 전쟁을 벌이고 있고,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이사를 미루고 있다. 입주민들은 아파트 내 설치된 가구에서 혹파리 알과 곰팡이가 발견됐다며 전 세대 가구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 측은 교체보다는 소독을 우선으로 대응하고 있다.
1일 입주민 A씨 제보에 따르면 검단신도시 모 신축아파트에서 입주가 시작된 6월 14일부터 최근까지 붙박이 가구 내부에 곰팡이가 피고 혹파리가 번식하고 있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곰팡이와 혹파리는 입주민들이 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을 설치하기 위해 싱크대 상·하부장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후 화장대, 냉장고장, 붙박이장, 신발장 등에서도 같은 하자가 확인됐다.
임신 중이라는 A씨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가구에 곰팡이가 너무 많아서 입주를 미루고 있다. 그 집에선 아기를 낳고 키울 수 없다”며 “임신한 몸으로 곰팡이 제거제를 뿌리고 닦아도 봤지만, 곰팡이는 금방 다시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입주를 미룰 수 없어 들어간 입주민 중 일부는 곰팡이 때문에 화장대를 못 쓰거나, 싱크대 하부장에 냄새가 올라와 문을 열어놓고 산다”고 털어놨다.
A씨는 내시경카메라를 구입해 가구 상태를 직접 확인했다며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화장대 상부 틈에 곰팡이가 피어 있고, 혹파리 알들이 자리 잡고 있다. 거실과 방바닥에는 혹파리 사체가 깔려 있다.
견디다 못해 벌레가 나오는 가구를 철거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A씨는 “건설사 측에선 곰팡이가 나올 때마다 닦아주겠다고 하는데, 걸레로 닦는 거로 곰팡이가 사라지겠느냐”며 “한 입주민이 화가 나 직접 화장대를 드라이버로 해체했는데 난리도 아니었다. 단면마다 곰팡이 범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건설사에서는 화장대 등 붙박이장을 뜯으면 몰딩, 도배 등이 손상돼 가구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며 “환풍구를 추가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는 ‘모델하우스에는 환풍 구멍이 없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지금은 날씨가 추워져 혹파리의 수가 줄었지만, 겨울에 난방을 떼거나, 다시 날씨가 더워지면 혹파리가 또 출몰할 수 있다”며 “혹파리 유충이 먹고 사는 곰팡이를 없애야 근본적인 해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는 붙박이 가구 교체 대신 소독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2차례에 걸친 방역으로 혹파리 대부분을 제거했으며 추가 방역도 실시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건설사는 2일 국민일보에 해명자료를 보내 “해당 단지에는 E0 등급의 친환경 가구가 설치됐다”며 “자재, 부품 등을 현장으로 가져와 조립하는데, 가구 생산 또는 운송 과정에서 외부습기에 노출돼 혹파리, 곰팡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친환경 자재등급은 가공된 목재나 부품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에 따라 가장 높은 E2등급부터 최저인 수퍼E0등급으로 나뉜다. E0 등급은 방출량 0.3~0.5㎎/ℓ 이하로 안전한 제품으로 꼽힌다.
아울러 “6월 17일 최초로 민원이 접수됐고, 전문방역업체(세스코)를 즉시 투입해 총 1168세대 중 1차 1090세대를 방역했고, 추가 요청한 147세대의 방역도 신속하게 진행했다. 또한, 곰팡이 발생과 관련된 총 163건의 신청 건도 159세대 보수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원을 제기하는 세대와 최선을 다해 협의해 보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입주민 요청 시 추가방역과 곰팡이 발생한 자재는 교체를 통해 입주민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검단신도시의 인접 지역인 경기도 김포시 신축 아파트의 붙박이 가구에서도 혹파리나 곰팡이가 발견돼 주민들이 건설사에 항의하며 교체를 요구하는 등 비슷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