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가 공공의료 확충, 인력 확대 등을 요구하며 파업까지 거론한 것과 관련해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국가가 공공의료 강화를 책임지고 해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31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지난해 ‘한국판 뉴딜’을 논의할 때 공공의료 강화 대책이 담겼어야 했다”며 “현재 공공병원 의료진은 극단적 번아웃(탈진증후군) 상태에 빠졌는데도 공공병원과 인력 확대에 들어가는 비용을 책임 못 진다는 건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보건의료노조가 파업 이야기를 한 자체가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늦었던 것”이라며 “앞으로 또다시 올 감염병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공공병원의 보건의료인력에 누적되는 방역 업무를 부과하니까 지칠 수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공공병원 숫자도 크게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역할이 경제계획에 너무 치우치고, 국민의 삶을 직접 보살피는 돌봄 부분에 소극적”이라며 “공공병원이 현재의 2~3배 정도는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숫자를 늘리는 동시에 국가감염병 사태에 대응하고 중증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500병상 이상의 규모와 인력, 장비를 갖춰야 한다고 봤다.
김 이사장은 “서울~대전 구간의 고속도로를 지을 비용이면 공공병원 25~30개를 지을 수 있다”며 “보건의료노조가 요구하는 대로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병원을 마련해 100개의 공공병원을 짜임새 있게 운영하려면 서울~대전 고속도로 두세 개 정도 비용을 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토목은 국가의 역할이고 방역은 국가의 역할이 아니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도 했다.
올해 4주년을 맞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인 ‘문재인케어(문케어)’에 대해선 성과와 부족한 점이 모두 있었다고 돌아봤다. 김 이사장은 “국민들이 부담을 느꼈던 선택진료비나 상급병실료, MRI, 초음파 등 굵직한 것들에 보험을 적용한 게 가장 큰 성과”라면서도 “비급여가 늘어나지 않도록 통제하는 부분이 소홀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문케어를 시행하면서 보험적용 항목이 많이 늘었지만 그만큼 비급여도 늘어 전반적인 건강보험 보장률은 크게 증가하지 못했다.
문케어로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으나 김 이사장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총 20조원의 적립금에서 10조원을 급여 확대에 쓰고 10조원은 정권 말까지 남기겠다는 계획대로 (문케어가) 진행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예상보다 적립금이 덜 줄어서 올해 말에는 17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장기적인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이사장은 “장기적으로 보험료로만 건강보험을 운영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고용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보험료를 부담하는 제도는 4차 산업혁명 후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라 유지가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앞으로 인구 고령화,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한 치료단가 상승, 보건의료 종사자의 인건비 상승 등으로 보험료 지출은 갈수록 늘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이사장은 현재 국가가 매년 건강보험 재정의 20% 범위 안에서 지급하는 국고지원금을 ‘지원’이 아닌 ‘분담’ 형태로 가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