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에 드러난 바이든의 완벽한 오판 “아프간군은 최상의 상태”

입력 2021-09-01 16:05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역사상 최장기 전쟁인 20년의 아프간전을 끝냈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아슈라프 가니 당시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의 공격을 막아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미 행정부의 오판이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과 가니 대통령이 지난 7월 23일 14분 정도 통화한 녹취록과 녹음파일을 확보해 보도했다. 이 시기는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기 23일 전으로, 당시 정부군과 탈레반 세력이 아프간 전역을 절반씩 두고 대치하던 상황이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는 최고의 군대가 있다. 탈레반 세력은 7~8만명인데 비해 정부군은 잘 무장되고 명백히 잘 싸울 수 있는 30만명을 가졌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에 쫓겨 국외로 달아났던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영상 메시지를 공개, 도피 당시 현금을 챙겼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페이스북 캡처

가니 대통령은 “침공 작전 수립은 탈레반이 했지만 전체적인 계획과 물자 조달은 파키스탄이 하고 있다. 국제테러리스트 1만여명이 공세에 가담했다”면서 “주요 도시의 방어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두 지도자 모두 탈레반에 의한 즉각적인 위험이 있다고 파악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아프간 상황을 오판한 반면 일부 국가는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프랑스는 지난 5월부터 현지 체류 프랑스인과 협력자 구출작전으로 3000여명을 이송한 뒤 아프간에서 철수했다”고 전했다.

FT는 “아프간 내정에 깊숙하게 개입했던 미국과 프랑스의 처지가 같지는 않다”면서도 “아프간 정부에 대한 믿음이 프랑스와 미국 행정부의 상황인식을 다르게 했다”고 분석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